카테고리 보관물: 감상

“닥터 슬립” (2019)

개봉 당시 보고 싶었지만 놓쳤는데
그게 벌써 5년 전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사실 스티븐 킹의 공포 소설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고
(“사계절” 같은 중단편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샤이닝”도 어렸을 적 영화만 봤지 원작을 읽진 않았다.
그래서 원작과 영화의 내용이 다르다든가, 원작자가 영화를 실어했다든가 등의 정보는 머릿속에 있지만 정확한 비교는 불가. 또한 “닥터 슬립” 원작도 읽지 않았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건 줄거리 자체는 (아마도) 원작을 따라가고 있는데도
그 안에 영화 버전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잘 녹여냈다는 점이다.
스티븐 킹도 여기엔 만족했을 듯.

그리고 확실히 아이들의 능력인 ‘샤인’이 부각되다 보니
공포 또는 오컬트 영화라기보다는
초능력자 무리의 대결같은 느낌이 더 강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트루낫의 표현도 어색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로 봤는데도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이 안들었네.
재미있었어. >.<

 

“플래시” (2023)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일에 들어가는 고로
오늘이 시간이 남는 마지막날 기념으로 OTT를 둘러보다가 발견.

….배우가 사고를 너무 거하게 쳐서 개봉 당시에는 손을 못댔는데
확실히 영화는 꽤 준수하게 나왔다.
사실 이보다 더 비극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DC가 우울한 건 최대한 배제하자고 작정을 한 모양인지
(이 자식들 왜 자기들 장점을 못 써먹는겨…너네는 그 비극이 무기인데…ㅠ.ㅠ
배리의 그 ‘손댈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나 손 댈 수 없는’ 딜레마를 더 가슴아프게 그릴 순 없었니.)
조금 어정쩡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드라마 플래시를 먼저 봐서 그 영향도 좀 있는 것 같고.

그럼에도 정말 온갖 카메오들과 멀티버스 설정들은
감격스러울 정도로 환상적이고. ㅠ.ㅠ
엉엉 마이클 키튼 최고야 어흑. 그 익숙한 턱선이라니 너무 좋아. ㅠ.ㅠ
카라도  좋았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MCU를 손 놓은지라 그쪽의 멀티버스는 어떻게 그려졌는지 몰라 비교가 불가하지만
그래도 난 DC 쪽에 더 애정이 깊은 것 같아.

“살아남은 왕녀의 웃음 뒤에는”

개정판은 19금.

네이버에서 연재 중에 보다가 말았는데 외전에 개정판까지 나오는 바람에 이북으로 재구매.
역시 연재본은 이런 문제가. ㅠ,ㅠ

여주인공 미에사가 초반에 워낙 잘 묘사되어 있어서
성장기를 따라가는 맛이 있다.

미에사 뿐만이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정치적으로도 “할 일을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스토리도 소위 판에 박힌 ‘답정너’가 아니라 인물들의 특성에 따라 가야 할 방향으로 간다.
어찌 보면 정말 무서울 정도로 건조한 말투로 사람 목숨이 휙휙 날아가는데
그럼에도 미에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오랜만에 본 수작.

에이릭이 너무 완벽해 가끔은 당황스러울 정도인데
생각해보면 로판에는 이렇게 정석적으로 완벽한 남주가 오히려 보기 드물기도 하지.

 

“사천당가의 장녀는 가문을 지킨다”

네이버 독점 연재 중.

페이지 터너로는 모든 장르를 통틀어 역시 무협을 따라갈 부문이 없다.

아직 연재 중이고 겨우 100화를 조금 넘겼는데 내용 상 꽤나 길어질 것 같고,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문체가 굉장히 전문작가답다.
음, 그러니까 그만큼 내가 읽은 수많은 웹소설들이 습작 같은 녀석들이 많았다는 의미라고 해야 할까.

장르적으로도 굉장히 편안한데 고리타분한 구식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현대식으로 끼를 부리려는 부분도 없다. 말하자면 과하지가 않아.

여기서 잘못된 게 있다면 또 다시 어리석게도 연재작을 잡은 나다, 나. ㅠ.ㅠ
이제 다시 몇 달 동안 까먹고 있어야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