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

“기생충”(2019)

으음 이게 참…..
“살인의 추억”과 “마더” 쪽을 더 좋아하고 “괴물”이나 “설국열차”, “옥자”는 약간 내 취향과 빗겨져 있는데 – 그 의도적인 인공적 느낌 때문에 – 이 영화는 그 둘을 섞어 놓은 듯한 분위기.
누가 봐도 판타지인데 큰 부분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부분들이 현실과 맞닿아 있다 보니
기분이 굉장히 묘하다. 이런 모순된 걸 잘 그리는 감독이라는 건 알지만.

영화가 평소보다 훨씬 매끈하고 가장자리를 잘 다듬어 맞춰놓은 느낌이라
봉준호의 다른 영화들과 약간 이질감이 있다.
게다가 풀이가 필요 없을 정도의 직설적인 표현과 장면들.

웃을 수가 없네.

덧. 한국 배우들을 잘 모르는데 박소담 얼굴 정말 좋더라.
그리고 미성년에서 인상적이었던 이정은 배우 처음에 얼굴 못 알아봤어. 어떻게 이렇게 다르지.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사진은 내 최애 로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왜 하필 꽂혀도 꼭 이런 애한테 꽂히는가.

생각하면 계속 웃음만 나는데,
일단 잘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좀 그런데
괴수들이 치고받고 하는 걸 보는 쾌감이 있습니다.
게다가 확실히 괴수들 화면은 훌륭해서 – 디자인 끝내줘
재난영화라 귀하고 머리가 쨍쨍 울리는데 넋을 놓고 보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팀으로 나오는 엑스트라들에 열광하는 체질이라
포스터 대령님과 그리핀-반즈-마르티네즈까지 G팀 너무 내 취향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어쩌지 가슴졸이며 봤어요.
인간팀 최고야 ㅠㅠㅠㅠㅠㅠ

밀리 브라운은 정말 제 취향 얼굴이네요.
캐리 피셔와 닮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어떻게 거기 나탈리 포트만에 마크 해밀 얼굴까지 다 들어가 있지. 역시 레이아 스핀 오프를 찍지 않으면 안되겠어.

기생충의 습격으로 일주일만에 내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엄청 아쉽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랩걸”

나는 늘 내가 과학자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궁금했다. 숫자는 싫어하지만 개념은 재미있었고 지루한 일을 싫어하면서도 동시에 결과를 얻기 위한 반복적인 일은 별로 꺼려하지 않고,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사실과 일들을 연결해 연관성을 찾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학교 교육에서 나가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동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식물학을 연구하고, 동시에 지질학과 역사학을 접목시킨 연구를 한다. 그 모든 것들의 뿌리와 과정이 그가 연구하는 식물의 구조를 그린 듯이 얽혀서 뻗어나가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다.

스스로 주변과 구분짓는 북유럽계 혈통에서 시작해 문학으로부터 시작된 특이한 경력과 여성과학자로서 겪어야했던 수많은 일들까지, 어디서나 무리 없이 섞이는 것이 가능하되 동시에 늘 이방인 같은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읽다보면 자꾸만 시대적으로 내가 살아온 시절과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계속해서 실제 시점보다 십수년 앞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어쩌면 그만큼 내게는 낯선 환경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간접적으로도 이정도로 밀접하게 엿본 적이 없기에 소설보다 더욱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배경.

굉장히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바이스”(2019)

아들 부시 행정부의 실질적인 막후권력이었던 부대통령 딕 체니를 그린 영화.

기회가 생겨서 거의 기대할 틈도 없이 보러 갔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그야말로 현대에 미국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저 시기에 발생하여 연쇄적 효과를 일으켰고
딕 체니와 그 라인에 있는 무리들이 모든 것의 원흉이자 말 그대로 ‘vice’로 보일 정도.

여기서 다시 저 아들 부시라는 인간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데…
도대체 모든 매체에서 ‘멍청함의 화신’으로 그리고 있는 저 인물은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인간이란 말인가.
차라리 트럼프의 약삭빠름은 이해할 수 있겠는데
아들 부시는…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무시당할 정도란 말인가.

미국이 세계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한국의 관객마저 혈압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굉장히 유쾌한 톤에,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른바 ‘심각한 것’을 싫어하는, 저 시대를 살지 않은 관객층을 노린 듯 보인다.
결말의 첨언은 관객층을 확실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부인 린 체니의 역할이 꽤 충격이었다.
괜히 미국의 영’부인’들이 정치적으로 조명을 받는 게 아니군.
늘 그걸 신기하게 여겼는데 정치가들의 부인은 왕가의 왕비나 마찬가지인 또 다른 ‘부통령’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자들에게 옆에 있지만 직접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권력은 더욱 감질나기 마련이고.

본 지 일주일 됐는데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지금 아직 극장에 걸려 있을지 모르겠다.
재미있었어. 게다가 배우들도 꽤 즐겁게 찍은 것 같고.
‘빅 쇼트’ 감독이라는데 그 영화도 평이 꽤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 나면 걔도 봐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