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

“메시아” – 넷플릭스

확실히, 디즈니 플러스에 너무 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작품들 보는 맛이 정말 쏠쏠하다.
좋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물론 대중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팔레스타인 지역에 홀현히 나타난 메시아일지도 모른 사나이와
그의 등장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
정부기관에서는 조금씩 그의 존재를 밝혀내기 시작하는데,
진짜 신의 사도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종교가 없으며, 무신론자라기보다는 인격신 부정론자인 나로서는
극 초반에 에바가 한 말에 동감한다.
“어차피 예수도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떠버리 무정부주의자였을 것”

그리고 극동인이다보니,
회의적이면서 하지만 진짜였다면 참 좋겠다, 라는 게 극을 보고 거기 이입하는 게 아니라 이 극을 보고 있을 백인 시청자들에게 이입하는 기분이다. 주제가 흥미롭고 심각하며 현실과 이렇게까지 가까운 의문을 던질 때면 이렇게 되는거지. 저 신은 내가 생각하는 신이 아니요, 우리의 신이 아니므로. 다만 기독교인과 이슬람교인의 느낌은 정말로 나와 다르겠지.

의문만 던지고 애매모호하게 끝날 것 같았는데 보아하니 2시즌이 기획될 것 같다.
적어도 예수의 일대기는 따라가야겠지.

중간중간 정말 아슬아슬하게 “범죄자”일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를 풍겨주는 게 진짜 좋았어.

“시크릿 세탁소” – 넷플릭스

요즘엔 사전정보를 찾아보는 게 귀찮아서 몇 줄의 영화 설명만 보고 클릭해서 보는 편인데,
이 세탁소가 ‘돈세탁’을 의미하는 거라는 건 영화가 시작되고 조금 지나서야 알았다.
난 메릴 스트립의 이른바 모험 영화인줄 알았지.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을 바탕으로 한 원작 서적을 영화화 한 작품.
이 거대한 사기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례들이 있고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대체 이런 사태의 원흉은 무엇인지
독특한 방식으로, 그러나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난 이게 보시라이 스캔들까지 이어져 있는 줄은 몰랐어. 정말 어마어마하다.

소더버그 작품 답게 정말 온갖 얼굴아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메릴 스트립 분량이 저거밖에 안되는데 전면에 내세웠어?
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고 조금은 납득.
거의 계몽용 선거운동 영화에 가까울 정도였다.

짧고 유익한 영화였다.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 넷플릭스

모두 네 편.
8-90년대 사랑받았던 ‘더티 댄싱’ , ‘다이 하드’  , ‘고스트버스터즈’, ‘나홀로 집에’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스트버스터즈”만 빼고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이라 입을 벌리고 낄낄거리며 봤다.
[“고스트버스터즈”는 오히려 TV에서 해 준 애니메이션에 더 익숙한 세대라. 나중에 중학생 땐가 1편을 비디오로 빌려봤는데 그때즈음엔 어디가 재밌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건 그렇고 먹깨비를 슬라이머라고 번역하다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번역가 양반. ㅠ.ㅠ ]

“더티댄싱”이 1편이라는 게 조금 신기했는데, 나는 이 영화를 재개봉때 수십번 돌려보며 재빨리 달려가 볼 정도로 사랑하지만  주변에서는 잘 만나보지 못했거든. 미국인들에게는 꽤 각별한 영화인가 생각했다. 제작, 각본이 전부 여성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대형 스튜디오가 아닌 ‘배급사’에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확실히 시리즈의 1편으로 선택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였어.

“다이하드”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4편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였는데, ‘우리가 사랑한 토이들’이 재시청 목록에 떠 있는 걸 봤더니 벌써 3시즌까지 올라와 있더라. 그렇다는 건 이 시리즈도 다음 시즌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니 기다려보기로 했다.

“나이브스 아웃” (2019)

오랜만에 극장행.

원체 크리스티 류의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궁금했던 작품인데
기대만큼 잘 나왔다.

이른바 대저택 추리물의 배경을 미국으로 옮기고
시대에 뒤떨어진 듯 보이는 탐정을 – 지독한 남부사투리 때문에 외부인으로 보이는 – 가져다놓고는
익숙한 플롯의 앙상블 추리물, 나아가 스릴러물을 만들어놨는데
그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메시지 자체가 워낙 노골적이고
천연덕스러워서 웃느라고 죽는 줄 알았어.

보는 내내 라이언 존슨 이렇게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어서 자기 욕하던 애들 대놓고 비웃어도 되냐!! 키득거리느라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니 범인을 초반에 밝혀서 방향을 틀어버린 게 아주 유효한 전략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그게 아니다보니.
라스트 제다이가 이 감독한테는 경력에 있어서나 개인적인 배짱에 있어서나 좋은 쪽으로 작용했네 싶어.

다만 탐정이 눈에 띄는 듯 안 띄는 듯 하다가 활약을 하긴 하는데
여전히 별로 안 어울리는 자리에 앉아 있는 듯이 보인다.
혼자만 이질적인 조각이라 – 심지어 경찰도 적절해 보이는데
그가 영화 밖에 따로 있어야 하는 이유는 알겠다만
문득문득 과장이 좀 심해서 이입을 방해해.

주인공인 아나 데 아르마스 배우가 인상적이었고
토니 콜레트에게 저런 역할이라니 정말 미쳤나봐, 낄낄낄
등장할 때마다 진짜 웃겨 죽는 줄 알았어.
크리스토퍼 플로머와 프랭크 오즈가 아직도 저렇게 정정하다는 게 내 눈으로 보면서도 좀 믿기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는 역시 이런 역이 적격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