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일상

걸레 사망

나는 선천적으로 게으른 인간이다.
그래도 어릴 적엔 주변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바쁘게 살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게으름이 후천적인 노력을 뚫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체력 문제일지도.

여하튼 요 며칠 동안 오랫동안 미뤄뒀던 청소를 구획별로 끝마쳤고
결과는….집안 공기가 한층 나아진 건 사실이나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별로 없다.
좁은 공간에 많은 물건들을 다 수납하지 못하고 흩어놓았으니
청소를 하든 말든 약간의 정리를 하든 말든
다 제자리로 귀환하고 나면 그럴 수 밖에 없지.

오늘 오랫동안 사용해 온 걸레에게 사망선고를 내리고
쓰레기봉지에 집어넣었다.
하도 닳아서 거의 투명해졌을만큼 혹사당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오래 사용했기에 부드럽고, 손에 익고,
다른 걸레가 있음에도 늘 찾게되는 녀석이었다.

나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고 또 오래 보관해놓는 인간이라
낡은 수건도 많고
(얼마 전, 수건걸이에 걸린 수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내가 1990년대에 만들어진 수건을 아직 사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돌잔치의 주인공이었던 아이는 지금 20대 중반을 넘겼겠지.)
필요할 때마다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걸레로 강등시키는데,
몇 개의 다른 걸레들에게 추방 명령을 내리는 동안
이 녀석만은 못버리고 끈질기게 붙잡고 있었건만
결국엔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오래돼 뻣뻣한 수건을 접어 쓰기 좋은 부드러운 걸레로 길들이려면
앞으로 청소를 더 자주 해야겠지.

요즘 세상엔 물걸레 청소포라는 것도 있건만,
그녀석은 국지적인 부위를 닦을 때 주로 사용한다면
마음먹고 온 집안을 헤집는 청소를 할 때는
옛날처럼 무릎을 꿇고 천걸레로 바닥을 문지르게 된다.

내가 이제는 옛날 사람이어서 그런지.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청소용품은
물에 흠뻑 젖은 면제품의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는걸.
편리함은 좋지만 편리함으로도 포기할 수 없는 유용함이라는 게 있다.

….이런 걸 느낄 때마다 나 정말로 나이가 들었구나 하고 실감해.

오랜 친구의 뒤를 이어 새로 걸레의 지위를 습득한 녀석은
놀랍게도 90년대에 탄생한 오래묵은 수건이 아니라 아무 기록도 새겨져 있지 않은
평범한 기성 상품이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선택하고 나서 보니 그랬다.
아무래도 이 돌잔치 수건은 나와 함께 더 오래 갈 모양이다.

날도 풀렸으니 부디 이번 겨울만큼 게으름을 부리지 말아야 할텐데.

드디어 핀을 뽑았는데

손가락 인대 수술을 마치고
드디어 두달 간 손가락을 고정하고 있던 핀을 뽑았는데
아무래도 그른 것 같다.

수술 전과 휘어진 각도가 똑같고
힘을 줘도 펴지지 않는다.

젠장.

게다가 퉁퉁 불어서 왜 물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는지도 이해했다.
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고 하지만
워낙 자주 쓰는 손에 한 가운데 손가락이라 신경쓰여 흑흑흑.

평소처럼 사용하라고 하는데
통증이 있는데다
손으로 누르지 말라고 해서 왠지 타자칠 때 힘도 안 줘야 할 것 같아
아직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즉 물은 묻힐 수 있게 되었는데
여전히 설거지나 머리를 땋을 때 힘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

정상화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네.

이상하게

해외 아이피를 막는 파일을 올렸는데도
계속 트래픽이 걸려서
시험삼아 흑백요리사 포스팅을 비공개로 돌렸다.

이후에도 트래픽초과에 걸린다면
웹페이지 주소가 어딘가 또는 어떤 프로그램에 걸려 있다고 봐야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