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단상

2020년이 이렇게 가네요.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이 정말 2020년 막날이군요.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콩쥐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그 이후에 코로나가 닥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벌써 1년이 지나 여기 도달하고 말았네요.

실은 아직도 세상이 어리둥절하고
요즘에는 먹고사니즘에 차여 한참 때에 비하면 정말 무색할 정도로 글도 올리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가끔 들러주시는 분들께,

이제껏 거쳐온 생애에서 가장 갑작스러운 특이점을
가장 폭넓은 이들과 함께 공유한 느낌입니다만
이조차도 곧 지나갈 것이며
그 이후에도 못지 않은 변화가 다시 기다리고 있겠지요.

변함없이 내년에 뵙겠습니다.

콩쥐는

이틀 간 수치가 내려가는가 싶더니
다시 반등했습니다.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번과 크레아틴은 다시 처음에 병원 갔을 때의 수치로,
인 수치도 다시 그 수준으로 올랐어요.
밥은 여전히 먹지 않고,
이제 체중이 붇기 시작했으며 – 신부전증의 증상으로 몸이 물을 걸러내지 못해 붓는 증상
폐에도 물이 차서 평소보다 가슴을 들썩이며 가쁘게 숨을 쉽니다.

일단은 폐수종에 대해 도저히 천자는 못하겠고
내과적인 치료를 선택해 이뇨제를 먹이기로 했는데,
이게 신장에 무리를 주므로, 신장질환 치료와 상반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장을 유지시키기 위해 수액치료를 계속 해야 하는데, 몸에 전해질 불균형이 와서 세포 사이에 교환이 안되다 보니 폐에 물이 차는 거라, 계속 물이 찰지도 모른다고 설명하더군요.

실질적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나 상관없습니다.
동물을 키우면서 그 끝에 대해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닌데
정말 선언을 받으니 발밑이 쑤욱 하고 가라앉는 느낌이더군요.

어쨌든 그래도 선택을 했어요.
어쨌든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노력하되 최우선 목표는 통증을 최소화하는 편으로.
수액도 계속 맞고, 신장약도 계속 맞고, 이뇨제도 먹고, 하루 서너번 이상 강제로 물과 음식을 먹이고, 진통제 패치를 붙이고, 집에서 편안하게 누워 있는 걸로.

폐수종이 먼저든 신장이 먼저든, 언젠가는 괴로운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미오한테도 좀 미안하네요.
콩쥐한테만 너무 신경쓰고 있어선지 애가 좀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시간 날때마다 밝은 목소리로 쓰담쓰담해주긴 하는데.

한동안은 간병 기록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메모가 필요하다 보니.

이게 겨우 열흘만에 일어난 일이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속초 산불

지방 출신이다보니
불이 번지는 속도를 보면서
내 고향 도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많이 무서웠다.

지금도 언제든 일어날 일이긴 하지만
한동안 집에 소방벨이 자주 울려
그때마다 고양이들을 잡지 못해
엄청나게 불안증에 시달렸던 적이 있는데
이젠 좀 잠잠해졌는가 싶었더니
어젯밤 불 소식을 들으며 다시 도졌어.

밤새 저런 일이 일어나면 두 고양이들을 데리고
난 어디로 가야하지
아니 그 전에 잡아서 캐리어에 넣을 수는 있나
전전긍긍하느라 피곤해졌어.

걱정해야 하는 게 맞는 거겠지만
너무 힘드네.

노회찬 의원 사망

무엇보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아침에 카톡으로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황당해서 믿기지 않을 정도였는데

뒤이어 들려오는 후속 보도를 보건대
믿지 않을 수 밖에 없군요.

정말 너무….
황망하고 마음이 안 좋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는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느냐고
왜 더 싸우지 않느냐고 화라도 냈는데
노회찬 의원은 그냥 안쓰럽기만 합니다.

정말 너무…
그냥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늦은 시간에 홀로 앉아
고인이 이뤄낸 일을 기리며
술잔이라도 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