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단상

혼자 살면서

말이 없어진다는 것은

뭔가의 위험신호일지도 모른다.
아니, 위험신호가 아닐까.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누군가는 사근사근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말을 건다고 하지만
의미없는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 또한 에너지 낭비로 생각하니
어려운 일이다.
넷 상에서도 다들 와글와글 떠들고 있으니
내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
저리도 많은 의견들이 있는데 뭐하러 내 것을 보탠단 말인가.
낭비야.
친구 말이 맞아.
세상에 나같은 놈들만 있으면 평화롭기는 할 망정 재미는 무지 없겠다.

노라 애프런 사망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해리가 샐리를…’ 노라 애프론 감독 사망

뭔가 기분이 대단히 묘하군요.
실질적으로 따지자면 저보다 약간 윗세대이긴 한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그렇다쳐도
저만 해도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을 극장에서 본 세대라….
나이차이는 많이 나도
‘동시대’인물이 갔다는 느낌이에요.
“줄리 앤 줄리아” 참 좋았는데
그걸 유작으로 남기고 가는군요.
백혈병이라고 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그분의 작품처럼 유쾌한 생을 보내셨길.

나는

막상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그것은 장점이 될 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간직하고 있다 보면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지만.
들어온 것을 모두 내보낼 수는 없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내보내고 싶어도
문자 그대로 “입을 연다”는 행위 자체가
부질없고 귀찮다.
남들이 말한 비밀은 여기 묻혀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제 공간을 넓히는 건 문제가 아니야.
엎마나 깊게 팔 것인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