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lukesky

“뉴욕 미스터리”

메리 히긴스 클라크 기획, ‘뉴욕’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16인의 미스터리/스릴러 작가들의 기획 단편 모음집.

미국 영화나 스릴러를 읽고 자란 나 같은 인간에게 뉴욕은 가본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친숙함을 갖고 있는 공간이다. 지명과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장소들. 활자 속 파편적인 2차원 공간들은 익숙하나 3차원 공간으로 연결해 그릴 수는 없는 곳.

현대부터 2차대전, 1920년대까지 시간적 배경도 가지각색이고, 더불어 장르와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다.

익숙한 리 차일드에서 시작해
전형적인 범죄물인 “이상한 나라의 그녀”에서
거의 편견에 가깝다고까지 해야 할 어퍼 사이드의 분위기를 그려낸 “진실을 말할 것”에서
“지옥으로 돌아온 소녀”로 이어지는 흐름이 좋았다.
희곡 형식의 “함정이다!”도 그 형식과 첼시라는 배경에 맞물려 눈에 띄는 작품이었고.

금방 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더 시간이 오래 걸렸어.
요즘처럼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는 시대에, 한바탕 관광을 하고 온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미오가…

한참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던 콩쥐가
갑자기 얼마 전 정기검사에서 신장 수치가 대거로 올라서
긴장 모드인데

이번에는 미오가 갑자기 구토와 혈변 증세를 보여서 부랴부랴 입원했습니다.
장염과 췌장염은 분명하고
이게 지병인지 급성으로 지나가는 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네요.

일요일 오후에 비를 맞으며 병원에 달려갔을 때는 굉장히 침울했는데
오늘 병원에 다녀오니 일단 구토는 만 하루 동안 멎었고
제가 가니 캔사료도 먹어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다만 벤토 화장실 위에 앉아 볼일을 보는 바람에 온 몸이 모래투성이입니다…
콩쥐는 아예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더니 이놈은 안정감을 주는지 화장실 박스에만 앉아 있어요.

제발 지병이 아니길 바라지만
그래도 좋으니 일단 회복이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콩쥐와 미오가 1년 6개월 차이인데
둘 다 딱 열살이 되니 이래저래 발병을 하는군요.
콩쥐는 중간중간 연약한 아이였지만 미오는 원체 건강한 애였던지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충격이 컸어요.
무엇보다 지금 마감이 사흘 남았는데…더 미룰 수도 없어서 돌아가시겠네요.

펫푸어의 미래가 보이고 있습니다. 아핫, 진심 웃을 일이 아니지만.

“배드 지니어스” (2017)

기본 줄거리를 접했을 때 무척 흥미로워서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마침 왓차에서 발견.

2시간이 넘는 영화지만 조금도 지루함이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린이 어떻게 커닝 사업에 손을 대게 되었는지
비록 선택일망정 어찌보면 그 함정에 빠져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져 있고
따라서 캐릭터 자체에 대한 매력도 상당한 편이다.
나머지는 그렇다고 쳐도 그레이스도 마찬가지.
상냥하고 순진한 좋은 친구라고 해도,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이 교차할 때에는 때로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한 스릴러…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사회비판적 요소가 강한 편이라 그것도 즐거운 지점이었다.

막판에 뱅크의 변화는 좀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인생의 목표를 잃었다면 특히 너무나도 곧았다면 더욱 심하게 부러질 수도 있겠지.
개인적으로는 그때 뱅크가 녹음기를 준비해두고 있었으며 린을 옳아맬 함정을 판 거라고 해석한다.

편집도 음악도 스토리도 연기도 빠지는 데가 없다.
설정상 약간 의아한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 감상 자체를 방해할 정도도 아니었고.
생각보다 여러 모로, 오히려 헐리우드 영화보다 더 세련된 느낌이라 더욱 놀라웠다.
괜히 평이 좋았던 게 아니구나 싶었어.

“셀프 메이드(2020)” – 넷플릭스

흑인 여성들을 위한 헤어제품과 미용사업으로 백만장자가 된 마담 C. J. 워커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니시리즈.
전혀 알지 못한, 혹은 관심이 없었던 역사였음에도
이미 알고 있던 정보들을 하나씩 대입하면 이보다 더 당연할 수가 없다.
미국의 흑인여성들이 머리 때문에 얼마나 고역을 겪고
그것을 정돈하기 위해 돈과 시간과 노력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애디 먼로라는 경쟁상대와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난의 연속이 이야기를 가끔 스릴러에 가깝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탁월한 여성사업가의 이야기가 으레 그렇듯 남자들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지. 기대를 벗어나지 않아서 좀 웃었다. 그렇다고 주인공을 우상화하지도 않는다. 집요하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고,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흠결을 지닌 전형적인 사업가. 인물 자체가 현대적인만큼, 가끔 극 자체가 너무 현대적인 연출을 하고 있어서 시대적 배경을 깜박 잊어버리기게 되는데, 내가 구식이라 그런지.

옥타비아 스펜서의 얼굴은 문득문득 인도 영화에서 본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인종이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서로 비슷하다니까.

요즘 이상하게 흑인 관련 작품들을 보게 되는데 [넷플릭스에서 자주 눈에 띄기도 하고}
내가 막연하게 뭉뚱그려 미국문화라고 인식하고 있던 것이 실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게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그나마 처음부터 가장 강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음악인데, 이런 작품들을 볼 때마다 그리고 삽입곡들이 흐를 때마다 이들이 이제껏 쌓아온 풍부한 음악적 자산에 감탄하게 된다. 그 배경을 생각하면 자산이라고 표현하기가 죄스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