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lukesky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2023)

지나가다 예고편을 보고 유쾌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평이 좋아서 기분전환 삼아 보러 갔다.

RPG는 딱 한번 어떤 식인지 친구들과 한번 시도해 본 적이 있는데
딱 평범한 판타지 독자의 정도의 지식만 있는 편. D&D 설정은 그저 단어들만 몇 개 알고 있는 정도고.

영화는 재미있는 가족용 판타지 영화로 기분 좋게 즐기고 나올 정도.
유머가 꽤 유쾌하고 딱히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도 나쁘지 않고
영화를 자주 보러 다니는 사람이라면 중간중간 나오는 설정들도 작품 내에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고. 실제 D&D를 해본 사람들 감상은 굉장히 호평이라고 한다. 그 기분을 조금은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난 겨우 직업적 특성이 강조되는 부분만 알아볼 수 있어서. 모든 설정을 알고 있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 주사위 굴리는 타이밍도 ㅋㅋ

다만 복식과 크리쳐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울베어 기괴해서 너무 좋아!!!! 뚱뚱한 드래곤 최고야~!!!!!!!!!

그리고 휴 그랜트 씨는 아예 이쪽으로 전향한 거냐고.
사기꾼 전문배우가 되어가고 있잖아!
(사기꾼은 매력 수치가 높구나. 처음 알았어. 영화 본 사람 중 누군가는 캐릭터 시트 만들어놨을 거 같다. 캬캬캬 )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

 

원래 개인 홈페이지를 사용하다가, 블로그로 형식을 바꿨다가
사람들과 가장 활발하게 교류하던 시절이 얼음집 시절이었던 듯 하다.
(일단 난 스타워즈 팬질을 너무 외롭게 해서, 얼음집만큼 동료 팬들을 접한 적이 없었거든. 행복한 시절이었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때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몇 몇은 놀랍게도 지금까지 교류 중이기도 하고.

SK로 넘어가면서 그리고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흐르면서 결국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래도 제 무대가 아니다 보니 네이버로 옮긴 분들 블로그에는 잘 안 가게 되고
네트워크가 안되다 보니 트위터를 사용하게 되고 나서부터는 내 블로그에도 글을 잘 올리지 않게 되고

그런데 얼음집이 서비스 종료가 된다니 정말 기분이 묘하네.
여기 이사할 때 자료를 다 가지고 왔지만 당시에는 댓글까지 가져올 수 없어서 날려먹었건만
지금은 사람들이 댓글까지 옮겨올 수 있는 툴을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은 트위터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워낙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하지 않다 보니 (게다가 코로나의 영향도 컸고)
사실 온라인이 내게 너무 중요한 교류의 장이 되었다.
심지어 실제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몇 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인연이란 길면서도 얄팍한 거라. 지나온 세월과 스쳐간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네.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

대세에 굴복했다…
…기보다는 너무 오랫동안 밖에 나가지 않아서 이러다간 안 될 것 같아 급하게 예매해서 보러 갔다.
스타워즈 소리를 듣던 앤트맨도 궁금하긴 했는데 그래도 극장에서 봐야 할 작품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 두 시간이 정말 훌쩍 지나갔어.
극장에서 나와서 이렇게 긴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놀랄 정도였다.

나는 학창시절 슬램덩크를 읽지 않았는데
내가 영화고 만화고 당대 모두가 봤던 것들 중 이상하게 안 보고 지나간 게 많아서 그렇다.
중간중간 한 권씩 친구들이 보던 걸 옆에서 같이 본 데다 워낙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 대충은 알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각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질 못했달까.
이번 열풍이 불어서 조금 깊이 생각해 보니 당시 책 한 권에 시합 5분이라는 데 좀 거부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 나이 들어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어린 시절 특히 사춘기 때는 취향에 대한 이상한 고집이 있지.

여하튼 그래서 배경 지식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팬도 아닌데도 오프닝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더라. 음악과 화면이 정말 근사해서. 지면 위에서 펜선이었던 캐릭터들이 살아 나와 움직인다는 전제를 시작부터 박아 놓고 시작하다니 반칙이잖아 이거.

각 캐릭터에 대해 기본에 깔려 있는 편애적인 애정이 없다 보니 오히려 시합에 중점을 둬 더욱 스포츠를 관람하는 시선으로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실제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의 심정이라고 해야 하나. 어렸을 땐 백호가 너무 어수선하고 바보 같아 별로 안 좋아했는데 나이 들고 보니 정말 하는 짓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더라. 모든 선수들을  ’10대 어린애’로 볼 수 있는 어른이 되어 보니 작가가 왜 당시 캐릭터들을 그렇게 그렸는지 이제야 좀 이해할 것 같고.

배경과 캐릭터들이 따로 놀아 뭔가 배경막 앞에서 종이 인형으로 연극을 하는 느낌이 좀 있는데,
일부러 한 연출인가? 라고 생각했으나 3D에 2D를 입히는 요즘 기법이라는 말을 들었다. 흠. 이 기법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애들이 느릿느릿하진 않았지 않나. 시합 때는 안 그런데 다른 배경에서는 프레임이 적은가? 는 느낌이 들 정도로 느리다.

여하튼 너무 궁금해서 다음주에는 어케든 시간을 내서 더빙을 한번 보러갈 예정.

덧. 이름도 안나오는 태섭이 친구 A가 마음에 들어 물어봤더니 이름이 달재래.
아, 이 세상 모든 친구 A 취향의 팬들에게 건배! 하긴 나 당시에도 안경선배가 가장 호감이었지 ㅋㅋㅋ

놀고싶어….

요즘 슬램덩크 때문에 타임라인이 시끄러운데
난 학창시절 이상하게 슬램덩크나 드래곤볼이나 등등 당시 가장 메이저 했던 건 거의 다 겉핥기로만 넘어간 인간이라 낄 수가 없고

지금 심정은 그저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가 아니라 ‘선생님 좀 신나게 놀고 싶어요…’다.
진심 재미난 거 필요해!!! 엉엉엉
잼나게 노는 사람들 넘 부러워! 엉엉엉

아, 내 덕질인생 어쩌지.
열정이고 뭐고 전부 다 너무 무뎌져서 평평하고 동그란 돌멩이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