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광주 집에 짐을 정리하러 내려가서 이것저것 오래된 물건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LP 사진도 잔뜩 찍었는데 지난번에 폰 정리한다고 지워버렸나보네요.
일단 오래된 비디오 테이프들

국민학교 때부터 우리집 식구들이 텔레비전에서 하던 영화들을 녹화해 둔 겁니다.
이왕이면 날짜도 적어뒀으면 좋았을 걸.
보고 보고 또 보고, 녹화하고 하고 또 하고를 반복했더니
저렇게 제목을 지우고 또 쓰고를 반복.
그리고 수많은 음악 테이프들.

대부분 클래식과 라디오에서 나온 음악들을 녹음해서 만든 수제 테이프들이더라고요.
옛날에 저 짓 참 많이 했죠.
음악 나오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말하는 디제이를 제일 싫어했던 듯요.
좀 다물어! 입좀 다물라고!
그래놓고 나중에 노래 제목 다 까먹고. 낄낄낄.
그리고 나우누리 스타워즈 소모임에서 스타워즈 3부작 20주년 재개봉 기념으로
만들었던 티셔츠도 발견했습니다.

오오, 게다가 한 번도 안 입은 새 거예요!
나 그때 저걸 대체 몇 벌이나 산 거야. -_-;;;
근데 저것들 정말 버리기가 아깝네요.
영화들은 특히 지금은 보기 드문 더빙들이거든요.
….그치만 더 이상 VHS와 카세트 플레이어가 없다는 게 함정.
구하기도 힘들겠죠. ㅠ.ㅠ
전 워낙 악필이라 손글씨로 적는 건 아예 포기하고, 나름대로 레이블을 만들어 출력해서 정성껏 붙여갖곤 친구 테잎 빌려서 복사한 것부터 TV에서 녹화한 것까지 잔뜩 끌어안고 있다가, 결국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소중한 선물 같은 것만 추려낸 다음 작년에 이사하면서 큰 자루로 두개 분량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카세트 테잎도 고민하다 결국 같은 신세.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좀처럼 틀어볼 기회도 없거니와 달리 디지털화할 방법도 마땅찮고.
카세트 테잎 말씀 들으니까 중학시절 종종 듣던 <황인용의 영팝스>에서 ‘쟈키 프리’라고, 30분 단위로 장르 구분하는 멘트를 제외하면 두시간 동안 노래만 틀어주는 날이 한번씩 있었던 기억이 나요. 드물긴 했지만 어쩌다 하는 날이 잡히면, 미리 두시간짜리 테잎 준비하라고 광고를 했던 것도 그렇고… 영화음악실의 존 윌리엄스 특집 녹음하려고 기다리다 잠시 잠들어 버리는 통에 마지막 곡으로 틀어준 제다이의 귀환 끝부분만 듣곤 정말 땅을 치며 남몰래 울었던 기억도 나네요.^^
저 중에 제 글씨는 한 개인가 밖에 안되어요. 나머지는 아버지랑 오빠. 저 중 제일 못생긴 게 제 겁니다. 캬캬캬캬캬캬
정말 라디오 방송 음악 녹음은 완전 도박이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익숙해지면 그래도 대충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데 계속 긴장해야 해서 노래도 제대로 못듣고. ㅠ.ㅠ
비디오 플레이어는 옥션 같은데서 보면 중고를 싼 가격에 구매하실 수 있어요. 몇년전에 필요해서 구매해서 썼는데, 나름 쓸만하더라구요.
앗? 그래요? 처음알았네요! 그거 괜찮은 방법이군요. 으음. 땅기네요.
저도 VHS와 카세트 카트리지를 몇 개 보관하고 있는데, 플레이어를 구하더라도 21세기 환경에선 조악하게 재생된다는 불편한 진실 때문에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습니다.(아마 이사할 때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겠지만.) 가족 영상/음성이 아니면 그냥 묻어(…)버리는 게 나아요.
덧. 얼마 전에 알았는데, 나우누리 서비스가 작년 1월에 공식적으로 종료했더군요. 참 오래갔어요. 그 시절이 사람 냄새나서 좋았다고 하면 쬐끔 나이든 티가 나는 것 같지만…. 십 년 사이에 통신 기술과 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 과도기여서 그랬던 건지, 앞으로도 계속 가속할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애. ㅠ.ㅠ 난 아직도 스타워즈 클래식 더빙영상 있단 말이야. 제길, 그거 빨리 디지털화 해야 하는데, 벌써 이야기만 몇년 째네. 그건 버릴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