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묵혀두었다가 이제야 용기가 나서.
이야기는 들었지만 “노벨문학상”이라고 들었기에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형식을 띄고 있다. 실존 인물들에게서 듣는 일화들의 연속으로, 일종의 다큐멘터리 형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짤막짤막한 기록과 입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피곤하고 감정적인 소모가 엄청나다.
90년대에 처음 발표된 글이기에 책 첫 머리에 당시 검열로 인해 잘려 나간 이야기들이 먼저 수록되어 있는데 이미 그 몇 십 페이지 되지 않는 부분에서 넉다운. 밖에서 읽다가 눈물 줄줄 흘리는 게 좀 쪽팔려서 공개된 장소에서 읽으면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2차 대전 당시 소련과 동부권에서 가장 처절한 전쟁을 치렀다고 알고는 있었으나
아무래도 내가 접하는 거의 모든 자료들이 서유럽, 영문 자료 중심이라
아마 이 책이 내가 접한 중에서 전쟁 중 러시아를 가장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가도 말하고 있듯이, 전쟁의 잔혹함과 그 트라우마에 대해 이미 많은 병사들의 호소를 접한 바 있지만 [비록 이 경우에는 러시아라는 특수성 때문에 서유럽보다 훨씬 경직되어 있긴 하지만] 여성들, 그것도 당시 애국심에 충만해 있던 십대 여성들의 눈으로 본 전쟁은 확실히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중심 소재에 초점을 맞추느라 스쳐지나가긴 하지만 당시, 그리고 그후 러시아 상황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알고 싶다는 궁금증도 자극하고.
가감없는 현실이다보니 어떤 픽션보다 더 힘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