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막내로서 좋은 점, 그리고 세월이 지나며 단점으로 변하는 사실은

나이가 어릴 때부터 어른들과 접할 일이 많다는 점이다.
손윗형제들과 나이차가 나는 막내들은
10대 오빠언니들과는 달리
어른들 옆에 붙어 있게 되고, 어른들을 따라다닐 일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이때쯤 되면 어른들 또한
초기의 독기 어리고 바둥거리는 세월을 보내고
중년의 느긋함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상태라
아이들에 대해 – 특히 어린 아이들에 대해 관대해지기 일쑤고
더불어 그 어린아이가 나름의 사고와 판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기가 쉽지.
그리하여, 보고 듣는 것도 많고
관찰하는 것도 많고
생각하는 것도 많아진다.
대신에 시간이 흐르면서 그 어른들이 얼마나 빨리, 어떻게 늙어가는가를 가장 먼저 실감할 수 있는 것도
그런 막내들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노화에는 가속도가 붙으니까.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마지막으로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
내가 까불까불 어리광을 부리던 시절 새파란 2, 30대였던 사람들이
지금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옛 추억을 나누는 것을 보며
이들의 젊은 시절을 그려보기란 놀랍게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50대의 저들이 나누는 실없고 촌스러운 아줌마, 아저씨들의 농이
아마도 20년 뒤 내가 동아리나 대학시절 친구들과 나누는 농이 될 것이다.
지금 기어다니고 유아원에 다니는 내 친구들의 아이들이
몇십년 뒤에는 우리를 저렇게 바라볼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만나 하는 이야기와 서로의 관계도가
대학시절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듯이
20년 뒤의 우리도 여기서 더 철이 든 게 아니라
그저 나이가 든 것에 지나지 않을 거다.
저들이 그러한 것처럼.
주름살이 늘고, 움직임은 둔하고, 자식들은 나이들어도
그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면
안에 숨어 있던 젊은 시절의 그네들이 뛰쳐나온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고 우스운지.
그리고 서글픈지.
이런 걸 깨닫고 싶지는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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