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30분.
저는 아직도 그들이 그토록 증오한다고 말하는 OBL에게 ‘제로니모’라는 암호명을 붙여준 저의가 일종의 경의인지, 모욕인지, 아니면 오만의 발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흑인 행정부 수반을 가진 정부에서 말이죠.
처음 고문 장면에서 삭제된 곳이 있습니다. 피심문자가 한 순간 바지를 입고 있다가 다음 순간 바지를 입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남영동’도 개봉한 영화에서 뭐하러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당연히 많이 생략되고 축소되었지만 “남영동”을 보고 나니 여기 물고문은 약과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말이죠.
어쨌든 흥미로운 건 영화가 첫장면부터 ‘이들은 정의의 편이 아닙니다’라고 말해주며 시작한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오사마 빈 라덴을 10년 동안 쫓은 CIA 요원의 이야기입니다.
“허트로커”의 쌍둥이로 태어났으되, 훨씬 나이들고 지치고 세상풍파에 찌든 누님 같은 느낌이에요. 물론 연기하는 배우 자체의 이미지가 많이 섞여있겠습니다만, “허트로커”의 이야기가 1년 단위로 반복되는 단기전이라면 이 녀석은 10년 동안 지루하고 진전없이 엉금엉금 기어가는 장기전이라서요. 게다가 마지막 장면이 거의 일맥상통하고. 어쨌든 캐서린 비글로우는 배우들에게 원하는 걸 확실히 알려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군요.
전 마야의 편을 들 수 없습니다.
9.11은 분명한 비극이었지만 어쨌든 저는 미국인이 아니라 그들의 시각으로 볼 수가 없으며, 미국이 역사적으로 그동안 저질렀던 이들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200년 전의 내전 이후 외국에서는 한껏 날뛰면서 자국은 늘 안전하리라고 믿었죠.
그렇다고 오사마 빈 라덴에게 연민을 느끼느냐, 하느냐면 그거야말로 헛소리죠. 무엇보다 9.11은 비열한 짓이었어요. 그로 인한 여파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지만 이 영화는 크고 비대한 사냥꾼과 서서히 이빨과 발톱이 잃어가는 사냥감을 다루고 있고, 관객들은 사냥꾼과 사냥감의 입장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수시때때로 감정적 위치를 전환합니다. 냉정하고 중립적으로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성적인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전적으로 감성적인 영화입니다. 보는 사람은 전혀 머리를 쓸 필요가 없거든요.
시간표가 이미 개봉 첫주부터 엉망이었습니다.
이번 주 내에 내려갈 가능성이 크네요.
배우진이 상당합니다.
웬만큼 얼굴을 보이는 배우들은 다 아는 사람들이에요.
마크 스트롱의 가발이 너무 귀엽…(어이)
/ 갠돌피니 아저씨 살이 더 찐거 같더군요….그래도 귀엽…
으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 그 가발 너무 티나지 않던가요. 푸핫.
갠돌피니 아저씨는 곰돌이, 곰돌이, 잘생긴 곰돌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