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나이가 들고 나니
이렇게 우중충한 영화를 보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한참 감수성 예민했을 나이엔
어른들은 때려부수는 영화나 텅 빈 한심한 영화만 본다고
비웃었던 것 같은데
그게 얼마나 세상모르는 소리였는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www.lukeskywalking.net/twinsuns/wp-content/uploads/1/1638893279.jpg)
극장에 걸려 있을 때 너무 순식간에 내려가서
시기를 놓쳤던 영화였지요.
다시 한번 깨닫는데,
벤 애플렉은 좋은 감독입니다.
머리도 좋고, 실력도 있어요.
“타운”도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고요.
다만 이 아저씨는 너무 모범생 기질이 있어서…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외양을 지니고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거슬리는 부분이 없습니다.
음,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군요.
다만 이 영화에 있어서는 이게 좋은 점이 아니라는 정도?
모래처럼 사람을 서걱서걱 긁는 건조한 느낌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영화인데
외려 부드럽고 완만하게 잔물결처럼 지나갑니다.
여하튼 데니스 루헤인 원작의 “아이야, 가라”는 결국 우리나라에 개봉하지 못했었죠.
이걸 봐야 더욱 확실한 윤곽이 잡힐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맷 데이먼보다는 벤 애플렉이 훨씬 취향이라..
벤은 연기도 좋지만
작품을 몇 개 더 만들어줬으면 좋겠단 말이죠.
덧. 그건 그렇고, 레너 씨 보다가 생각났는데, 브래드 피트의 “제시 제임스의 암살”도 개봉 못하고 지나갔죠? 젠장. -_-;;;;
이 영화, 너무나 재미없게 봤어요. 감독으로써 머리 좋고 실력 있다는 건 동감하지만, 비슷한 소재로 이미 전설이 된 영화 ‘히트’와 이 영화가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답할 게 없더군요. (발 킬머가 부인과 만감이 오가며 전화통화하는 마지막 시퀀스가 오버랩되는 라스트도 참…) 단순히 잔잔하게 해피엔딩이 이 영화의 차별화된 점이고 배경이 과거 그 지역의 현실이니까 팩션으로 컨셉잡은 게 대단하다면….뿌우.
벤 애플렉이 시종 인생 달관한 듯 너무 차분했던 것도 하일라이트를 심심하게 만든 부분입니다. 파국을 향해 팀원 모두가 내달려갈 때 혼자 방관자처럼 붕 떠있어요. 오히려 제레미 레너의 일관된 처절함에 엄지손가락 두 개를 들어주고 싶습니다. 이 양반, 키도 작고 근육질에 단단한 느낌인데 목소리 아니라면 눈치 못 챌 정도로 캐릭터 메이킹을 하더군요. 어찌된 일인지 레너 출연작들은 레너만 기억에 남아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근데 사실 히트는 워낙 많은 영화에 영향을 줘서…영향 안 준 영화 찾는 게 더 빠를걸.
하지만 그대 평가는 인정. 이런 영화를 ‘스무스’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도 능력이야, 정말. -_-;;; 그래도 역시 벤 애플렉은 연기보다 연출 쪽에 더 능력이 있는 듯.
레너 씨 이 영화에서 정말 훌륭하지. ㅠ.ㅠ 캐릭터 자체가 좋기도 하고. 확실히 이 아저씬 눈에 띄는 ‘외모’도 아니고 ‘존재감’자체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 연기하는 캐릭터는 어디서건 사람들 눈을 잡아 끈단 말이야.
‘어른들은 때려부수는 영화나 텅 빈 한심한 영화만 본다’ 이 말씀 들으니까 바로 제가 확실히 텡텡 빈 영화를 언제부터인가 정말 진심으로 좋아 보더라고요. 거기에 변명 비슷하게 하자면, 전 제대로 진지하지 않으면 외려 더 간악해 보여요. 진지한다고 한답시고 예술한답시고, 남들 앞에서 무게나 잡거나 괜히 젠체하거나 죄책감이나 자극하는 영화들이 말초신경 자극하는 영화보다 더 나쁘다고 보게 되더라고요.
흐, 저도요. 오락영화의 효용을 즐기고 또 대단히 관대해졌죠. 그게 아무래도 필연적으로 거치는 단계인 것 같더라고요. 진지한 영화에 대해서는…마치 십대 시절 뭣도 모르고 멋있다고 생각하던 순수철학쪽 이론들을 나이들면서 멀리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머리로는 알겠는데 아무래도 살다 겪은 것들이 있으니 감성적으로 충돌한달까요. 그래서 나이들면 보수적이 된다고 하는 거겠죠.
반쯤 자전적인 영화라, 일부러 무덤덤하게 만들려고 의식했던 건지도요. 이야기랑 인물들보다는 오히려 그 동네 자체가 주인공 같더라구요. 그렇게 보면 제목이 주인공인 셈인가요;; 감독으로서의 벤 에플렉에게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작품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언제가 됐든 한번은 만들어야 다음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아, 저도 배우로서의 레너를 처음 의식한게 이 작품이네요. 작품 자체는 허트로커를 더 인상적으로 봤는데 왜일까요;;
찰스타운이 주인공인 거 맞죠. 떠나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것도 환경과 사람들이고.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로 저동네가 그런 건지 궁금했는데 자전적인 이야기란 말입니까. -_-;;; 처음에 원작이 팩션인가 하다가 크레딧을 보니 소설이라고 나오더라고요.
허트로커는 워낙 얼굴을 가리고 나오는 장면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