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감독님.
이게 프리퀄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임까. 뻥 너무 치셨다.
게다가 인물과 영화 구도 자체가 “에일리언 1″과 상당 부분 일치하잖아요.
보다가 웃을 수도 없고 조금 난감했습니다.
지난번에 에일리언 복습하면서도 생각했는데
리들리 감독은 우리 세대의 안드로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고 봐요, 전. 게다가 데이빗은 “블레이드 러너”에서의 안드로이들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단 말이죠.
여하튼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좀 아쉬운 건 중간에 회장님이 등장하시면서부터 긴장감이 수직하락한다는 점일까요.
사건 자체의 진행은 훨씬 빨라지는데[클라이막스니 당연히 그래야하기도 하지만]
설계자가 실체로 등장하면서부터 극 전체를 이끌던 신비감이 갑자기 팍 사라져버리니
그때부터는 뭔가 막 나가는 느낌이에요.
일단 장르 자체가 바뀌어버리기도 하고.
재미있는 게,
주요 등장인물들이 다들 인간같지가 않단 말입니다.
비커스는 대놓고 데이빗의 쌍둥이인 척 하고 있고
쇼 박사는 피땀흘리며 뛰어다니기 전까지는
묘하게 인형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영화가 초반부터 노력하고 광신도 같은 면모를 격렬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참 기묘해요. 제가 보기엔 영화 끝난 뒤에 데이빗과 꽤 괜찮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_-;;;
진심으로, 선장님 빼고는 모조리 삐걱대는 인형같아요. [잘생긴 찰리도 끼워줄까.]
다들 표정도, 감정도 한정되어 있거든요.
어차피 보낼 애들이라 신경을 덜 썼나. -_-;;;;
특히 비커스 그렇게 마무리 지은 거 어쩔거야.
뭐, 데이빗이야 그 ‘표정있는 무표정’ 자체가 의도한 바니 어쩔 수 없지만.
실제로 이 친구가 제일 미스터리이기도 하고.
얘의 행동은 가끔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는 대목들이 있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제가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유일신 종교 자체가 영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지
인류의 기원과 설계자에 대한 집착은 참…와닿지가 않습니다.
웨이랜드 회장이야 워낙 현세적이니 그쪽의 소원은 알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찰리의 대답이 참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찰리랑 데이빗 장면 좋아요. ㅠ.ㅠ]
아, 제가 생각하는 설계자가 지구로 가려고 했던 이유.
첫 장면이 정말로 인류의 기원을 의미한 거라면
인간도 근본적으로 페이스허거와 별 다를 바가 없지 않나요.
설계자와 검은 물질이 합쳐져 변형을 일으킨 결과니까요.
우리는 돌연변이!
게다가 유전자상으로는 설계자와 비슷하니 어디로 튀게 될지 몰라서?
어쩌면 감독 아저씨 아무 생각도 없었을지도.
어차피 설계자의 의도 따위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그게 원래 영화 의도인데.
덧. 피리 부는 장면에서 “미지와의 조우” 생각한 사람 여기 손!
덧2.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며 역시 피터 오툴은 잘 생겼어,라고 생각한 사람 손!
그건 그렇고 데이빗이 모든 인간들은 어느 정도 얕잡아보면서 유일하게 쇼 박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과 존중심을 가졌다는 건 로렌스를 동경하는 것과 관계가 있나?
덧3. 새끼 에일리언은 참 귀여워요. >.<
덧4. 외계인 우주선은 크로와상!!! 이상하게 꼬인 무늬가 있는 것까지 닮았어!
저 손듭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며 인종차별적 향취가 풀풀 풍기는건 재껴도, 해도해도 이건 주인공부터가 미화의 극치가 사기급이야! 그 말상이 어째 저런 꽃미남으로?!라고 기함했을 정도니까요.^^하지만 피터 오툴씨보다 더 멋졌던건 절대로 파이잘 왕자님과 그 심복 알리씨라고 생각합니다.-_-;;;데이비드 린 감독이셨죠?
근데 에어리언 1분위기라면 제 취향엔 맞겠어요.에어리언 2를 다들 더 좋다하지만, 1쪽이 더 취향이여서요. 그 어두침침함이 맘에 들었거든요. 인조인간에 대한 시각은 2가 더 좋았지만. 그러고보면 블레이드 러너도 그렇군요. 로이는 지금 생각해도 깊이감이 남다른 안드로이드였죠. 요즘 영화에 출현하는 안드로이드들과는 뭔가 많이 다르게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정말 화면 때깔이 다르죠, 엉엉엉. ㅠ.ㅠ 처음 그 영화를 봤을 때의 감동이 잊혀지지가 않는다니까요. ㅠ.ㅠ
아, 에이리언 1과 분위기는 대단히 다릅니다. 구조가 연상되었다는 것 뿐이지, 분위기 자체는 많이 달라요. 폐쇄된 공간 안의 음침함보다는 훨씬 광활하고 압도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