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 보고 왔습니다.
애들 이름만 나란히 두개 붙였을 뿐인데 제목 정말 길군요.
음, 우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반지의 제왕이 참 사람 여럿 버려놨어…”입니다.
처음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나왔을 때 그 뒤로 몇년 간 정말 특히 전투씬 등에서 영향을 안 받은 영화가 없었죠. 한동안 사라지나 했더니만, 이런 데서 나오네요.
….그런데 장면 구도만 따오면 뭐하나. -_-;;;;
바닷가에 위치한 성으로 말탄 군대가 달려가는 전투 직전 장면도 어디서 많이 본 녀석인데, 그거. 무슨 영화인지 기억이 안 난단 말임다.
둘째로 든 생각은
“스타더스트에서 미셀 누님이 하시던 역할을 이젠 샤를리즈 테론이 하고 있네.”
입니다.
아니, 뭐, 미모로 먹고 사는 여왕님 이야기야 이 영화가 백설공주 동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긴 한데,
그리고 원래 딸과 계모의 대결 자체가 그런 구도를 품고 있긴 한데,
몇년 전 미셸 파이퍼가 그런 역을 맡은 걸 보고 기분이 참 묘했는데,
거기서 또 시간이 지나 이젠 샤를리즈 테론이라니,
배우들이 세대교체 되는 게 참 씁쓸하달까요. 흑.
여왕님 의상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애.
몇몇 장면들은 좋습니다.
문제는…. 딱 걔네들만 좋습니다.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이 너무 많아요.
대체 왜 들어갔는지 모를 씬들은 이쯤하면 됐지 않나…하고도 한참 동안 비춰주며 시간낭비를 잔뜩 하고는
막상 필요한 내용들은 빠졌습니다.
아, 딴건 관두고 애들 연애 좀 시키라고!!!!!!!!
원래 생긴 걸로도 둘이 화학작용 없는데, 이 긴 영화 시간 내내 남녀주인공을 한 화면에 담아두면 뭘해,
둘이 막상 연애를 안하는데!!!!!!!!! 그냥 따로따로 딴 소리만 하고 있는데!!!!!!
그래서 영화의 절반 이상의 설득력이 날아갔어요.
운명의 상대의 키스로 깨어날 거면 제발 연애를 시켜.
어떻게 된 게 남자주인공 둘보다 난쟁이 아저씨랑 더 애틋하게 잘 어울리니.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어요.
크리스틴 스튜어트보다 크리스 헴스워스 연기가 나아요. ㅠ.ㅠ
끄응.
여왕님을 위한, 여왕님에 의한 영화입니다.
그냥 영화 만든 사람들이 여왕님을 그리고 싶었을 뿐,
백설공주고 사냥꾼이고 별 관심 없습니다.
그냥 멋지고 사연있고 카리스마 있는 여왕님을 재해석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걸 멋진 비주얼로 그려내고 싶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엑스트라여요.
여왕님 설정은 무지막지 잘 되어 있는데
공주 설정은 전혀 아무 설명도 없습니다.
심지어 사냥꾼 설정이 백설공주 설정보다 낫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만들고 싶었으면 아예 그걸로 가든가,
디즈니를 만들고 싶었으면 그쪽으로 좀더 신경을 쓰든가
했었어야죠.
어정쩡해요.
재미있고 어정쩡하면 괜찮은데, 재미없고 어정쩡해요, 쩝.
게다가 장면장면 연상되는 다른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
덧.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날이 가면 갈수록 키이라 나이틀리를 닮아가는군요.
심지어 어조와 말할 때 버릇까지 닮았습니다.
어째서? 한 애는 영국애고 얘는 미국앤데??
1. 바닷가의 성으로 군대가 달려가는 장면, 그건 찰턴 헤스턴 주연의 “엘 시드” 마지막 전투 장면임.
2. 내가 요즘 영화를 많이 못보긴 했는데, 적어도 스노우 화이트 역 여배우는 연기를 좀 많이 배워야겠더라는. ( ‘ ^’)
3. 스노우화이트 영화가 여왕님 영화라는 건 아마 관객 모두가 동의할 걸? ㅋ
4. 정말 그 무미건조한 연애담(?)이란… OTL;;;
5. 3부작 예정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영화를 봐선 그렇게 우려낼 이야깃 거리나 있을지… ( ‘ ^’)
1.엘 시드였군!
2.난 얘 트와일라잇 한편에서 밖에 못봤는데….이 영화보단 차라리 그때가 더 나았던 듯.
5. 내 생각엔 이번에 백설공주를 했으니 2부는 ‘신데렐라와 마부’ 3부는 ‘헨젤과 그레텔’ 뭐 그런 식으로 그냥 같은 세계관에서 그림형제 연작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흠, 그러고보니 헨젤과 그레텔은 이미 다른 내용으로 촬영중이긴 하군.
…이게 미국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게 더 신기하다. 하긴, 나 이거 보고 나오는데 뒤에서 어린 여자애들이 ‘너무 감동적이었어’라며 감격해하더라. 크헑. ㅠ.ㅠ 진심으로 대체 어디서 그런 걸 느꼈냐고 묻고 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