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뒤죽박죽이면서도 일정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
늘 익숙한 공간이 등장한다.
어젯밤에는 한동안 잊고 있던 가게가 드디어 길가에 나타났다.
앞쪽 작은 창이 나 있는 가판대에서는 아주머니가 떡볶이와 타코야끼를 팔고
[대체 왜 그 두개를 파는 걸까]
안쪽에 있는 또 다른 공간에서는 아저씨가 신발을 판다.
지난번, 이제는 가물가물한 몇년 전 꿈에서
타코야키가 너무나도 맛있었던 까닭에 나는 아저씨에게서 신발을 샀고
아주머니는 내게 늘 서비스를,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공짜로 먹을 것을 주었으며, 때로는 따뜻하게 챙겨주었다.
그래서 하루는 아주머니에게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저씨에게서 아줌마에게 드릴 신발을 샀다.
두 사람이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가게는 철저하게 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아저씨는 아줌마에게 신발을 사드릴 처지가 안 되었거든.
그런데 그 신발을 아주머니에게 드릴 기회도 없이 나는 꿈에서 깨어났고
그 뒤로 정말 오랫동안 그 가게는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꿈속에서 길을 가는데! 떡 하니 그 가게가 눈 앞에 등장한 게 아닌가!
얼마나 기뻤던지 당장 집으로 달려가서 신발 두 켤레를 가지고 다시 가게로 돌아갔다.
아주머니는 계시지 않았고 아저씨 뿐이었다.
아저씨에게 신발 두 켤레를 내밀었더니,
자기 신발이라는 걸 알아보시더라.
특히 갈색과 약간 밝은 황토색 가죽으로 만든 그 신발은 자기네 가게가 자랑하는 걸작이라고 마구 흥분하여 설명하셨지. 그런데 내가 기억하기에 그 신발은 아주머니 치수보다 조금 작았어. 그래서 두번째 신발까지 산 거였거든. 두번째 신발은 마치 내가 지금 신는 애처럼 검은 가죽이었고, 두 녀석 모두 발목까지 오는 앵클부츠였지.
여하튼 그래서 아저씨께 말씀드렸다.
이건 아주머니 것이라고. 드디어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마치 숙제를 하는 것마냥,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한 것 마냥 계속 가지고 있었다고. 이제 돌려드린다고.
왜 계속 꿈을 꾸는 내내 신발을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맴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신발은 선물하기 위해 ‘내’가 산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은 그 아주머니에게 속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신발을 아저씨에게 드디어 건네주려는 순간!!
알람이 울렸어, 빌어먹을 알람이 울렸다고!!!!!
아놔, 5초만 기다려주면 안 돼???? 이렇게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깬 게 얼마만인가!
왜 꼭 그때 울렸어야 했냐고!!!!!!! ㅠ.ㅠ 손가락이라도 닿았으면 아, 정말로 줬구나…그러면서 안심이라도 하지, 이게 뭐야!!!!!!!
그런데 이번만큼은 짜증이 나기보다는 그냥 ‘아, 결국은 이런 거냐’는 생각이 먼저 들긴 했다.
결국은 이렇게 못전해주고 끝이 나는 건가,하고.
예전에도 신발과 관련해 대단히 인상적인 꿈을 꾼 적이 있었지.
전쟁통에 다들 도망가느라 바쁜데 중간에 들른 어떤 집에서 신발을 벗어놨다가 나만 못찾고 허둥대던 내용이었다. 다른사람들은 이미 다 떠나버렸는데 말이야.
왜 하필 신발이지?
첫번째 꿈은 그래도 내 신발이었지만
이건 남의 신발이잖아.
전해줬어야 했는데.
전생에 신발과 관련된 어떤 사건이…(있을 리가)
그…그럴리가요.
꿈을 이어서 꾸시다니, 정말 신기해요.! 제 꿈은 정말 중구난방 끈금없는지라 뭔가 일관된 세계가 따로 있는것 같아서 완전 부러워요.ㅎㅎ
전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다는 걸 알고 신기했지요.
정신분석학자들이 좋아할 꿈이로군. -ㅅ-;
해몽하는 살마들이 봐도 좋아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