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거의 그대로 옮겨놨군요. 로렌스 올리비에라니, 으익! 하는 감이 조금 있었지만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합격입니다. 단지 처음 나레이션이 제가 생각하는 어투가 아니었달까요. 많이 성숙해진 여인의 차분한 어감을 기대했건만 어딘가 아줌마스러운 기가…쿨럭.
진행이 빠른데도 영화 시간이 꽤 깁니다. 그만큼 책의 내용에 충실하기도 하고.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아무래도 댄버스 부인과 파벨. 파벨이 원작보다 지나치게 덜 야비하고 덜 멍청해서 외려 매력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게다가 그 목소리가. ㅠ.ㅠ 여주인공과 댄버스 부인이 함께 나오는 장면들은 두 손을 꼭 붙잡고 볼 정도로 좋습니다. 긴장감이 돌긴 하는데 소름이 끼치기보다는 보는 사람에게 두근두근 뭔지 모를 기대감과 설렘을 갖게 해요.
히치콕 영화는 어렸을 적 “새”와 “싸이코”와 “이창” 과 제목 모르는 스파이 영화밖에 본 기억이 없는데 – EBS는 정말 멋진 채널입니다. – 확실히 나이가 들고 봐야하는 영화들인가 봅니다. 십대 초중반에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거든요. “싸이코”는 별로 무섭지 않았고 – 넵. 그런 아이였습니다. – “새”는 꽤 좋아했고 “이창”은 제임스 스튜어트 때문에 본 영화였지요. 그리고 물리학자와 그 딸이 나오는 스파이 영화는 별로였어요, 끄응. 그런데 이걸 코멘터리까지 두번 보고 나니 다른 애들이 무지 궁금해지네요. 혹시 다른 히치콕 영화 추천해주실 분 안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