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라모

근래 정통추리는 아니고 살인…이라든가 호러 계통에서 접한 몇 안되는 일본 작가들 가운데 이 작가의 “인체모형의 밤”을 빼면 다 별로였다는 말을 듣고 후배 녀석이 책들을 무더기로 빌려주었습니다.

1. “가다라의 돼지”

– 재미는 있었는데, 초기에서부터 언뜻언뜻 비치던 유머감각이 마무리에서 대폭발! 아아, 혹시 난 얼핏 본 이 사람의 유머감각 때문에 마음에 들었던 건가, 라고 생각하며 눈물나도록 웃었습니다. 진지하게 읽던 이들은 마지막에서 이게 뭐야! 책을 집어던지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 B급, 아니 C급 공포영화 장면에서부터 미소를…..아니, 긴박해요. 무지 긴박하고 긴장된 상황에 문장도 진지한데, 그 아시잖아요.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 그림이 말입니다. 원래 스플래터 영화는 과장된 세트에서 비현실적으로 만들잖습니까. 딱 그 느낌이었어요.
여하튼 한 소설 안에서 장르가 계속해서 뒤바뀝니다. 학술, 르포, 판타지, 고어.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르포”였어요. 역시 인간은 뭐든 베일을 벗고 폭로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말입니다. 정보량이 많아서 그렇지 따지고보면 이 모두가 아저씨의 ‘각성’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거 혹시 시리즈로 기획된 거라든가. ^^*
2. “아버지의 백드롭”
– 소소한 소품. “아버지”를 소재로 한 TV 단막극 같은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만담가 아버지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3. “오늘 밤 모든 바에서”
– 세 작품 중에서 제일 좋습니다. 추천을 받고 마지막으로 돌린 보람이 있네요. 조금 주워 들은 작가의 이력을 생각하면 가장 진실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책은 왠지 입원병실에 비치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 마무리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결국은 보고서를 등장시키는 걸 보고 이 작가는 판타지 계열이나 픽션보다는 이런 사실이 가미된 글을 더 잘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칼럼이라고 부르기는 좀 뭐하지만 여튼 그런 분위기로 말입니다.

나카지마 라모”에 대한 2개의 생각

  1. 하율

    흐흐, 역시 <오늘 밤 모든 바에서>를 제일 맘에 들어하실 줄 알았어요. 금주에 효과적인 책이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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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하지만 난 그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인식이 있으니 난 실컷 즐겨도 돼!라서 ‘금주’에 도움이 되지는 않던걸. ^^*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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