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똑같거나 익숙한 장소가 나타나는 꿈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어제 그 중 한 레파토리를 꿨는데요.
이게 외국과 우리나라가 묘하게 뒤죽박죽 섞인 가상의 장소인데
보통 이 꿈을 꿀 때면 한쪽에서 다른 한쪽까지 걸어가거든요.
좁고 북적거리는 골목 시장통을 지나면 백화점과 분수대 비슷한 게 있는 큰 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길을 주욱 따라 걷는….
꿈도 따로 내용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 길과 골목골목을 따라 걸으며 사람들과 수다 떨고 시장 구경하고 물건 사고 싶은 거 사고 정신차려보면 아까 받아온 게 손에 없어서 난리 피우고,
뭐, 대충 그렇단 말이죠.
어제 오랜만에 이 꿈을 꿨는데
늘 그렇듯이 골목길에서 물건을 잃어버리고 호들갑 떨다
분수대가 있는 큰 길로 나왔지요.
이제 남은 일은 대로를 죽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중간에 거기서 살짝 들어간 골목 안쪽에
유명한 제과점이 있어요. 꿈속에 등장하는 그 장소 전체에서 한 3분의 2 조금 더 지난 지점쯤일까.
제과점이라고는 하지만 빵은 없고 디저트 중심이지만요.
초콜릿이라든가 파이라든가, 타르트라든가. 케이크 종류는 오히려 거의 없고요.
다들 예쁘고 맛나 보이긴 한데 무척 비싸고 고급스러운 곳이라
항상 안에 들어가서 이거 저거 둘러보며 먹고 싶다, 먹고 싶다, 그러면서도
가격표를 보면 망설이게 된단 말이죠.
밑바닥에 얇게 깐 파이 껍질 위에 꽃 모양으로 예쁘게 찍은 초콜릿 크림 위에 다시 투명한 젤라틴을 살짝 씌운, 손바닥보다도 훨 작은 초콜릿 파이 하나에 8천원에서 만원이라고요, 젠장.
그리고 항상 그 맛난 것들을 앞에 두고 침을 꼴깍거리며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_-;;
그 좌절감, 아시는 분들은 아실거여요. 게다가 한두번도 아니고, 늘! 항상! 언제나! 변함없이!
다른 곳도 아니고 항상 그 제과점에서!!!!
그 꿈에서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거기서 뭔가를 사 먹어본 적도 없고요. -_-;;; 그러면 덜 억울하기라도 하지.
사실 그 꿈에 무슨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관광지가서 시간 때우듯 어슬렁거리는 거라 중간에 깨도 별로 아쉽지 않은데
오늘은 유독 그 맛난 파이가 먹고 싶어 아침 내내 억울한 겁니다.
더욱 짜증 나는 사실은 거기서 파는 제과는 현실에 있지도 않을 뿐더러 비슷한 걸 찾아도 제가 상상하는 맛이 안 날 거라는 거죠. 말 그대로 꿈속에나 나오는, 환상의 음식이잖아요. 내가 무슨 욕구를 갖고 있는지 뻔히 아는데 그게 채워지지 않으리라는 사실마저 분명히 알고 있으니 답답해서 돌아가시겠습니다. 분명 맛나고 단 걸 먹고 싶은 건 확실한데, 그 ‘맛나다’의 기준이 ‘환상’인 거예요. 으으, 제가 생각해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차라리 꿈 속에서 먹고 나면 미련을 버릴 수 있으련만. 그 전에 골목길에서 쇼핑을 하는 터라 늘 제과점에 도착하면 지갑이 얄팍하단 말이죠. -_-;;; 내 잠재의식이 나를 놀리나. 그렇다고 훔쳐서 도망갈 수도 없고. 또 워낙 랜덤으로 나타나는지라 꾸고 싶을 때 꿀 수 있는 꿈도 아니고.
후우. 첫맛만 살짝 달고 전체적으로 진하고 씁쓰름한 초콜릿 크림을 흡입하고 싶어요.
사실은 거기서 파는 제과를 만든 파티쉐가 마성의 게이라서….(깔깔깔)
저는 대체로 먹는 꿈을 꾸면 아무런 맛도 못 느껴서 ‘아, 이거 꿈이구나’를 자각해버리곤 합니다. 몹쓸 인간인 듯;;
누나의 상상력과 그 집착에 찬사를 보내며, 마지막 문장으로 인해 고디바 쪼꼬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ㅠ_ㅠ 제주도 출장 갈 일도 없는데 이를 어쩐단 말입니까!!
파티셰 따위 알고 싶지 않아! 환상이 깨진다곳!
으흑, 나도 먹어보진 못했어. 단지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으면 그 맛이 생생하게 상상된다는 게 문제일 뿐. 흑흑흑. 상상력은 둘째치고 나 집착 정말 심한 거 같지? ㅠ,ㅠ
꿈 이야기를 들으니 제과점은 아니지만 제 블로그에도 올린 적 있는 조셉이 생각났어요.http://blog.naver.com/cafejoseph
ㅎㅎ 요즘 달다구리가 생각나면 여기 가서 놀다 오곤 해요. 가격은 꿈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가면 이것저것 먹고 사오는 편이라 자제해야 할 판입니다.;;;
우와, 여기도 멋지네요. 맛나보여요…ㅠ.ㅠ 그치만 종로라니, 친구들을 꼬셔야 하나. 디오티마님은 이런 신기한 곳들을 많이 아시는 것 같아요. 게다가 찾아가는 행동력까지 갖추고 계시다니. 으으, 맛난 걸 먹으려면 몸도 부지런해야 하는데. ㅠ.ㅠ
오늘 살찐 것 같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크흑~ 당분간 발길 끊으려고요.ㅠㅠ
아, 전 아직 단게 부족해서 주변에 막 수소문하고 있어요. ㅠ.ㅠ
다른 사람들 꿈 얘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어떻게 그렇게 꿈을 자세히 기억하는 거지?
난 잠이 깰랑 말랑 수초만 지나면 꿈 속의 인상 같은 건 샤라랑 휘발되어 버리는데.;
난 원래 내가 꿈을 꿨는지 안꿨는지도 기억 못하는 인간이야. 하지만 배경도 같고 스토리도 같은 꿈을 한 10년 넘게 되풀이해서 꾸면 그대도 기억하게 될걸. ^^* 대개는 한번 꿀 때마다 강렬한 하나의 이미지가 남는지라 그게 쌓이고 쌓이면 전체 그림이 되는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