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니름이 살짝 있다고 해야겠군요.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와 회사 설립 과정을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재미있더군요. 영화가 나오기 한참 전 “참신한 형식의 영화”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런 건 없습니다. 구성 자체는 익숙합니다[물론 원작과는 다르겠지만]. 인물을 다루는 방식 또한 익숙합니다. 문과생인 저조차도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과연 천재냐 사기꾼이냐 운운 하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봤으니까요. 단지 마크 주커버그라는 인간의 독특함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유머가 맞물려 – “조디악”에서도 그런 유머 때문에 뒤집어졌었죠. – 생각보다 유쾌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유명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이야기는 늘 흥미롭지요. 아마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유도 그런 까닭이 클 겁니다. 관객 중 많은 수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을 테고, 그 창립자인 주커버그는 절대 ‘멀리 있지 않은’ 친구거든요.
제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 영화가 제목은 “소셜 네트워크”인 주제에 실은 “소셜 클래스”를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마크는 “하버드 대학”내에서 계급 상승을 꿈꾸고 있고, 그의 친구 왈도 역시 마찬가지죠. “냅스터” 창시자였던 숀 파커는 다시 비상을 꿈꾸는 추락한 선지자입니다. 절정은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영국에서 진짜 왕족을 만나는 장면입니다. “하버드”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이 신흥 미국 귀족들은 앨버트 공을 “쪼그만 나라의 왕”이라고 비웃지만 – 그러나 잘난 하버드 “조정” 선수인 이들 역시 과거 캠브리지와 옥스퍼드 애들을 흉내내고 있는 것에 불과하죠. – 실제로는 천재적인 머리를 지닌 인터넷 시대의 신흥 귀족 마크에게 위협당해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왈도의 좌절은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누구보다 기존 세계와 가장 가까이 있었고 순리적으로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야 하지만 자기가 미래에 되고자 하는 이들과, 완전히 별개의 종족이라 할 수 있는 친구에게 배신당했으니까요.
일단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흘러가고, 깔끔합니다. 마크가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튈지 스릴있게 볼 수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답게 온갖 부류의 인간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페이스북 인구가 많은 편이 아닌지라,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네요.
덧. 영화 속 마크 주커버그는 소시오패스가 맞습니다. 그리고 철이 덜 든 어린애기도 하지요. 정상적인 인간관계에 취약한 이 친구가 세계적으로 가장 흥한 SNS를 발명했다는 것도, 회사의 CFO가 페이스북 사용법을 모른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덧2. 생전 처음으로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어떻게 생긴 놈인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얘 가수 아니었나요? 흐음, 묘하게 주드 로를 연상시키네요.
덧3. 어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 나온 그 귀여운 녀석이 미래의…아니 고등학생 피터 파거란 말입니까? 오오.
덧4. 쌍둥이 형제의 배우가 한 사람이라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이런 젠장. 첨단기술이란 놀랍군요. 그건 그렇고 이 친구 생긴 건 둘째치고 목소리가 끝내줘요. ㅠ.ㅠ
덧5. 일부러 실존인물과 비슷한 배우를 고른 건 그렇다쳐도, 더 못생기게 만든 건 뭐야. ㅠ.ㅠ
근데 그 쌍둥이, 묘하게 목소리 톤이 달랐어요! 한쪽이 더 낮은 톤이었는데..형쪽이었던가?
아무래도 동생이 더 다혈질이다 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