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방영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마플(Marple)”을 보고 있습니다. [전 아직도 ‘애거서’보다 ‘아가사’에 더 익숙한데 말이죠.] 마플 양을 연기한 배우는 제럴딘 매큐언. 사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제 머릿속의 “눈부신 백발에, 통통하고 장밋빛 뺨을 가진 온화해 보이는 노부인”과는 많이 달라서요. 뭐라고 해야하나, 행동과 말투가 약간 경박해 보였거든요. 아, 물론 그 특유의 유머감각은 처음부터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지만요. 하지만 2화가 지나고 나니 또 이 ‘마플 양’에게 익숙해져서리 지난번 마플 양이 기억나지 않지 뭡니까. 익숙해진다는 게 참 무섭다니까요. 게다가 원래부터 이 분이 얌전빼는 얼굴로 망원경으로 남들 집이나 훔쳐보는 노인네시기도 하고. ^^*
여하튼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3화인 “패딩턴 발 4시 50분”의 결말을 보고 “역시 팬심은 만국공통이려니”라는 걸 깨달았다는 겁니다. 이 책을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주인공인 루시 아일스배로우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사상 가장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 아가씨인데 (늙은 저택 주인, 그 집 둘째아들, 셋째아들, 넷째아들, 부인을 사별한 사위까지!!!) 작중에서는 둘째아들과 사위 중 누구를 택할지 끝까지 확실히 밝히지 않습니다. 물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대는 역시 낭만적인 성격의 사위인데, 마플 양의 말을 빌면 사위도 금전적인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듯 보인단 말이죠.
그래서 저는 “으악, 이 장님 아가씨야, 더못!!! 크래독 경감도 독신이던데 그 좋은 남자를 옆에 두고 왜 다른 놈팽이들하고만 시시덕거리는겨!!!!”라고 절규했더랬지요. 이 둘은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이긴 하지만 특별한 ‘화학작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묘사도 없거든요.
이 드라마에는 크래독 경감 대신 (톰) 오드리 경위가 등장하는데 결말이 진짜로 루시랑 경위랑 알콩달콩한 분위기로 끝나요!!! 아아, 누군지 모르지만 각본가, 당신 여러 팬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어요. 와하하하하하핫, 팬심은 정말 하나라니까요. >.<
이 드라마의 가장 놀라운 점은 2004년 작인데 1960~80년대 작품 같다는 거예요. 정말로 화질이랑 느낌이랑 분위기가 딱 그 때라니까요. 시간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예요. 그게 정말 마음에 들지 말입니다.
덧. 흑흑, 2시즌은 영문 자막도 없어. ㅠ.ㅠ 넘해. ㅠ.ㅠ
오오 마플양과 포와로님의 팬인 정인데..;;어찌볼수 있을까요. 자막이 없다면 2시즌은 포기여야 하는가!!ㅜㅜ 저도 패딩턴발~좋아하는 에피중 하나였사온데. 드라마는 그리 끝나는군요. 하긴 그댁 아들놈들 전부 남편감으론 아니였으니..아버지는 더더욱 아니였고…제 4의 선택꺼리가 있었단건 차마 생각못했어요.
자막 없이 봐볼까 했으나 제게는 도저히 무리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어요. ㅠ.ㅠ 아쉬운 일입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