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흰옷을 입은 여인
이 시대의 드라마는 확실히 요즘 나오는 막장 드라마보다 한수 위지 말입니다.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뻔히 알고,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도 알고, 심지어 어떤 트릭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음에도 뒷부분이 궁금해 전력질주 하듯 읽었습니다.
마리안 할콤의 일기 부분이 지나치게 늘어지는 감이 있고 – 솔직히 이부분은 중간쯤 가니 똑같은 내용의 반복이라 조금 지루하더군요. – 문제의 해결 부분이 너무 낭만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며칠 동안 열렬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었어요. 디킨스 풍의 소설을 읽어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이런 느낌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지 뭡니까. 게다가 개인적으로 너무 복잡하게 얽혀서 답답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녀석들은 못견디는지라[제가 그래서 프리즌 브레이크를 싫어한다죠.] 이 정도가 딱 적당하군요. 기본적으로는 단순한 이야기를 사소한 사건들을 잘잘이 뿌려가며 이 정도 되는 분량까지 늘일 수 있다니 연재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포스코 백작 멋지네요. 가까이서 여러가지 면모를 볼 수 있어서인지 모리아티보다 훨 근사해 보입니다.
2. 20세기 고스트
“하트모양 상자” 때문에 흥미가 생겨 오랫동안 벼르다 드디어 읽었습니다. 특히 “20세기 고스트”는 이 작품집의 제목을 꿰찰만 합니다. 환상특급 같은 모양새에, 마무리가 짜릿하네요.
공포물이라는 개념은 좀 버려야 할 것 같고…아무래도 아버지와 비교가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일텐데. 일단 주인공들이 대부분 어린아이들입니다. 몇 안되는 성인들도 여전히 어린시절에 머무르거나 성숙하지 못한, 성장이 멈춰버린 어린아이들이에요. 생각해보면 “하트모양 상자”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였죠. 더구나 읽다보면 작가 자신은 어린시절에 무척 사랑받고 자랐다는 느낌이 듭니다. 뭔가 아직 전체적으로 삐그덕거린다는 느낌이에요. 너무 중구난방이라 그런가. 단편의 매력은 아직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집행자의 귀환
그리고 이 아저씨는 글을 좀 늘이는게….-_-;;; 이거 마음만 먹으면 최소한 중편 이상. 심지어 장편도 쓸 수 있는 내용이잖습니까. 시리즈물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 어째 파고들면 무궁무진한데 설명이 너무 적다 했어. – 처음은 뭔가 있어보이게 시작했다가 끝은 왜 이렇게 후다닥 끝나나요. 쓰다 귀찮아졌나요, 설마. ㅠ.ㅠ 세계관 자체는 꽤 흥미로운데 말입니다.
4. 그리고 질문 하나
어제 조카녀석과 이야기를 하다 나온 이야기인데, 녀석이 아주 재미있는 SF를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뭐더라, 세계가 두 개로 나뉘어 있어서 위쪽에는 상류층에 온갖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 아래쪽은 하급의 사람들이 거의 야생상태나 다름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 하나가 위 세상에서 아랫세상으로 떨어진 거예요. 그러다 남자를 만나서 애를 낳았고 그러다가 중간에 여자가 다시 저 세상으로 올라가게 되어 남자가 애를 데리고 찾아가던가, 아니면 애가 혼자 엄마를 찾아 떠났다가 겪는 일을 그렸다던가…그 아들이 위세상을 견디다 못해 끝내 자살을 했다던가….
라는 식으로 설명해주더군요.
만화가 아니라 분명 책이고, 그것도 유명한 작가가 쓴 유명한 소설이라는데, 혹시 아는 분 있습니까? 전 전혀 감도 안 잡혀요. ㅠ.ㅠ 녀석이 처음에는 작가가 조지 오웰이라고 우기던데, 조지 오웰 소설 중에 저런 게 있나요? 아니면 조지 오웰을 연상할만큼 이름이 비슷할지도 몰라요.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단 말입니다, 흑.
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네요.
묘사가 조금 차이가 있는데, 세계가 두개로 나뉘어 있다기 보다는 출산부터 죽음까지 통제되는 사회가 있고, 통제가 안된 자연상태의 일종의 생태공원이 있는 곳이지요.
문명사회에서 자연에 낙오된 여자가 아이를 낳아 기르다가 우연한 기회에 함꼐 문명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과정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그렸는데, 주인공의 모험을 그린게 아니라 통제사회의 본질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깊이있게 묘사한 작품이죠.
몇년전 좀 유명한데서 꼭 읽어야할 문학 100선인가에 SF 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고해서 조금 유명해졌죠
엥? 나 멋진신세계 읽었는데 왜 못 알아본거지? 사회 그 자체에 관한 이미지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 특히 출산공장 – 여자부분은 깡그리 날아갔어. 그래서 연상하지 못한 건가.
허걱, 갑자기 내 기억력에 심한 회의가 드는군. ㅠ.ㅠ
멋진 신세계구낫 했더니.. 벌써 스톤바이러스님이 알려주셨네요. ^^
나 너무너무 좋아하는 소설인데~~
문명사회는 쾌락을 최대한 대로 누리는 것이 목적이고 선이랄까. 인공수정으로 의도적으로 만든 계급사회고. 여자는 야만인 보호지구로 관광왔다가 사고가 생겨서 어쩌다 살게된 얘기였던 것 같음..
나도 고등학교 때 읽었을 땐 무지 감동받았었는데 끝에 울었던 기억이 나. 근데 저 설명을 듣고도 그땐 전혀 생각나지 않더라. 두 사람 설명을 듣고나니 단편적인 부분이 맞아 떨어져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숲이랑, 자살이랑. 흑, 아무래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ㅠ.ㅠ
글고보니 나 이젠 ‘멋진신세계’와 자마찐의 ‘우리들’이 헷갈려. -_-;;
ㅎㅎ 저도 멋진 신세계 생각했어요. 헉슬리는 일하면서 알게 됐어요. 소설도 소설이지만 사는 방식도 무지 독특했던 양반이라 기억에 남았어요.
전 예전에 작가설명 읽으면서 ‘무서운 집안이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웬놈의 조상들이 다들 후덜덜한지, 그것도 과학과 문학분야를 망라하여. -_-;;; 유전자란 무서운 거라니까요, 흑.
그런데 그 사람 삶의 방식이 어쨌게요? 아, 것도 궁금해집니다.
아, 저 지금 막 설명하신 걸 읽으면서 <멋진 신세계>랑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을 같이 생각했는데… 역시 여러 분들이 짚어 주셨네요.^^ 조카분이 허버트 조지 웰스와 조지 오웰의 이름을 헷갈리신 건 아닌가, 제멋대로 추측해 봅니다. (가끔 학생용으로 나오는 SF들 중에서 유명한 작품들을 터무니없이 짜깁기해서 엉뚱한 작가 이름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한 번 조카분한테 허버트 조지 웰스의 이름과 <멋진 신세계> 책 제목을 같이 이야기해 보세요. 암튼 올더스 헉슬리란 양반의 삶은 재밌는 면이 많았습니다. 반항아적이고 히피스럽고 – 철저한 유럽 상류층의 성장배경을 지녔지만 그런 환경에 대해서도 반발심이 엄청났고요. 이 작가 자체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예전에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김효원 교수의 <올더스 헉슬리>란 책이 있습니다. 생애와 작품 전반을 요약 설명한 책인데 한 번 읽어보실 만 합니다.
<흰 옷을 입은 여인> 저도 재밌었습니다. 윌키 콜린스는 <달보석>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맘이 끌렸었는데 이 작품도 보니 정말 이야기를 쫄깃쫄깃하게 쓰는구나, 싶더라고요.^^a 로저 젤라즈니는 정말 글을 손 가는대로 쓰는 작가 같아요. <집행자의 귀향>은 나온다는 얘기만 듣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만…+_+ 루크님 감상을 보니 왠지 책을 사기는 좀 그럴 것 같고, 도서관 가서 빌려볼까요…=ㅁ=a 그러고 보니 조 힐도 작가 이름만 들었지 정작 작품을 본 게 없네요. 아무래도 ‘대가의 아드님’이란 딱지가 붙다 보니 순수하게 책 자체의 흥미에 몰입할 수 없을 것 같아 조금 기피하게 되는 듯 합니다.^^; (조 힐씨 미안…;;) <하트모양 상자>는 어떻습니까? 킹님의 그림자를 느끼지 않고 읽을 만 한지요…
(참, 불쑥 덧글 단 김에 부탁 한 가지 드려도 될는지요~ 귀찮지 않으시다면… 조오기 아래의 동영상 말입니다, 로마콘에서 팬들과 리차드 스파이트 씨가 결탁해서 미샤씨한테 속옷 장난 쳤던…*^^* 그거 카페에도 올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흐, 안 그래도 조지 오웰을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길래 H.G.웰즈를 착각한 게 아니냐고 물어봤더랬지요. 아마 “멋진신세계”를 “1984”에 비교해서 그런 착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 조카양은 20대 후반이어요. ^^
앗, 시의적절한 책소개 감사드립니다. 그런 책도 나와있었군요. 흐흐. 하지만 헉슬리 책중 읽은 것은 ‘멋진신세계’ 것도 위에서 보다시피 기억도 못하는…ㅠ.ㅠ 그러고보니 콜린스의 월장석은 이야기만 듣고 읽어보진 못했군요. 이상하게 ‘흰옷…’을 먼저 손대게 되었어요.
‘집행자의 귀환’은 로저 젤라즈니는 좋아하신다면 구입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가격도 부담이 없는데다 나름 야심찬 기획물이라 저처럼 시리즈를 모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의 소유자라면 그편이 더 이득일 것 같아요. “하트모양 상자”는 괜찮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키치적인 공포물인데, 킹과는 조금 다른 맛이 나요.
미샤 씨 동영상은 조만간에 올리도록 합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