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기다렸던 녀석이야. 감독도 그렇고 조지 클루니 씨의 배역도 그렇고[그건 그렇고 이 아저씨 평소 이미지 덕분에 라이언 캐릭터 설득력 하나는 끝내주더라.] 솔직히 특출난 영화는 아니지만 내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어.
[미리니름 가득]
겁이 많아서 자기가 부리는 사람들에게조차 해고를 못하는 사장들이 있어. 그 원망과 눈물과 저주를 받고 싶지 않은 게지. 나쁜 사람들이 되고 싶지 않거든. [실은 제일 비겁한 놈들이야.] 그래서 돈을 받고 나쁜 사람이 되어줄 전문가들을 고용하지. 그 전문가들도 말이야, 실은 나쁜 사람들은 아냐. 단지 그게 ‘일’이기 때문에 하는 짓이지. 그래서 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앞으로 자기가 통보할 사람들의 자료를 읽어보는 라이언은 자기 일에 나름 보람을 느끼고 있어. 자기는 ‘절대로 그런 입장에 처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지.
그 친구는 말이야, 1년에 320일이 넘는 날들 동안 전국을 떠돌아. 누구에게도 특별히 정을 주지 않고 심지어 식구들과도 거의 연이 끊어진 상태지. 그래서 그 사람은 설사 잘린다고 해도 잃을 게 없어. 그저 자기 몸뚱이 하나만 건사하면 되거든. 가끔은 친구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절실하지도 않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지. 그래서 아직은 아쉬울 게 전혀 없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의 처지를 어느 정도 고려하면서도 결코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가지 않지. 약간의 관심만 주면 돼. 인간된 도리로 상대방의 심정을 헤아릴 수는 있지만 감정이입을 할 필요는 없는, 딱 그만큼까지만 말이야. 동시에 굳이 가까운 사람들을 만들 필요도 느끼지 않아. 비록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과 강렬한 감정을 통해 접촉하게 되니까. 소수의 가까운 이들과 친밀한 감정을 나누는 대신 얼굴과 이름, 서류속 사항들만 아는 무수한 이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는 거야. 인간의 그릇이라는 건 대개 그 용량이 정해져 있어서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한 쪽에 쏟는 양과 강도는 줄수 밖에 없거든.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전혀 불행한 사람이 아냐. 삶이 아쉽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는 건 오히려 실례지. 편협한 사고방식이기도 하고.
나탈리? 그 애는 원래 이 일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어. 좋은 취직자리를 마다하고 남자를 따라왔을 뿐이고 어차피 이 길에 뛰어든 거 이왕이면 성공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아주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행복한 삶을 원해. 그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어. 외로운 건 싫고, 적당한 조건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고, 애를 낳고, 직장에서도 성공하고, 특별하지만 평범한[이상한 것 같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아. 사실 모든 사람들의 꿈은 이걸걸.] 이상적인 삶을 꿈꿔.
남자친구에게 문자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고 절망하지만, 동시에 비용절감을 위해서 직접 대면이 아니라 온라인 캠을 통해 사람들에게 해고를 통보하자고 주장하지. 본사에 앉아서 전국 곳곳에 있는사람들에게 말이야. 그 사람들이 무슨 반응을 하든, 눈물을 흘리든 뛰쳐나가든 화를 내든 자신이 직접 해결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 애가 인간성이 부족해서가 아냐. 동정심이 없어서도 아니고. 그저 인생경험이 약간 미흡한 것 뿐야. 아직까지는 세상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아니다, 세상을 원하는 대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야. 라이언과 달리 자신이 해고를 통보하는 이들을 자기 삶의 일부로 보지 않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세상에 부딪치다 보면 곧 자신이 어디서 멈춰야 할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적절한 지점을 찾아내게 되지. 우리 모두, 누구나.
알렉스는 어떨까. 그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했어. 그녀는 나탈리의 입장에 있어 봤고, 나탈리가 원하던 것을 이룩한 사람이기도 하지. 동시에 그녀는 라이언의 삶을 어느 정도 동경하기도 해. 하지만 그것이 허무하고 결국에는 손에 남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리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그녀는 타협했고,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냈고, 하늘 위를 떠도면서도 언제든지 안심하고 돌아갈 곳을 마련해 두고 있지. 놀랍도록 현실적이야. 라이언은 이상주의자로 보일 정도로. 하긴, 항공 마일리지 천만점을 모으는 게 인생의 목표인 남자라니, 그거야말로 꿈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이나 할 짓이잖아? 알렉스라면 기껏해야 50만 점,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달성이 가능해 뵈는 목표를 세웠울 거야.
앞으로 라이언은 어떻게 될까? 간혹 외로움에 빠질 거야. 우울해지기도 하고. 약간의 책임과 약간의 깊은 감정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가끔 생각날 때마다 저런 심정에 휘말리게 되겠지. 하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인생을 사랑해. 그게 자기인걸 어쩌겠어. 자기 자신을 버릴 수는 없잖아? 나탈리와 마찬가지로 조금의 인생 경험이 보태졌을 뿐이야. 자신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자기는 상상할 수 없는 타협점을 찾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 많이 늦긴 했지만. 어쩌겠어. 아직 연애도 제대로 못해본 이상주의자인걸.
……남의 이야기가 아니야. 진심으로.
저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저런 걸 보면 나 자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단 말이지.
묘한 영화야. 유머가 넘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유머는 그저 일상 생활을 하다 간혹 튀어나온 것, 삶 속에 일탈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야. 아이러니? 대 놓고 비꼬는 것도 아냐. 어찌 보면 빤한 전개라고도 하겠지만[너무 예상대로였다고. ㅠ.ㅠ] 그럼에도 코웃음을 치거나 가볍게 치부하기도 힘들단 말이야.
덧. 앗! J.K. 시몬스 아저씨랑 샘 엘리엇 아저씨가 나왔어!!!! >.<
조지 클루니가 아카데미에서 수상 못해서 삐졌다는 그 영화로군요;; 내용도 그렇고 감독이나 배우로 인해 기대되는 영화인데 보는 내내 불편할 게 예상되어서 망설여져요. ㅠ_ㅠ 저 감독의 thank you for smoking도 신나게 웃기지만 이면에선 철저하게 현실적이었으니.
삐쳤대? 으핫. 뭐, 연기가 좋긴 했지만 너무 조지 클루니 같아서. ^^*
그리 불편하지는 않아. 사실 그렇게 불편할 이유는 없고.
제목에 끌려서 볼까 했다가 광고영상보고 켕기는게 많아져서….으하;;; 아직도 볼까 말까 고민중이에요…ㅠ_ㅜ
응? 왜 켕기는 거지? 사실 그리 심각한 영화는 아닌데. -_-a
thank you for smoking 감독이었군요. 왠지 보고싶어지는데 그럼..ㅠㅠ 좀 오래 한다면….으음.
그러고보니 그 DVD, 빌려놓고 못 보고 그대 다시 돌려줬던가? 으음, 다시 땡기네, 그거. ㅠ.ㅠ
저 dvd는 전에 같이 보고 제가 가져왔죠. ‘프린세스 브라이드’는 아직 앗박님 댁에… 언제 한번 더 같이 봐도 좋으나 저희는 일단 ‘아이언맨’부터…=ㅁ=
백수 되는 다음주 초쯤에 조조로 봐주리라 생각하고 있는 영화에요. 그래서 포스터 이후는 보고 와서 읽으려구요.^^
마지막 원고 넘기고 정리하는 시간이라 매우 널널하니 허전한 상태네요. 영화 보면서 제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어요.
아, 다음주부터 홀가분해지시는 겁니까? 마지막 원고라니 섭섭하시겠어요. 영화 보시고 좋은 기분으로 극장을 나오실 수 있음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