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가니…

인터넷이 나가 있었다.

서비스 센터는 9시까지라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난 오랜만에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워 콩쥐에게 두 시간을 할애해 팔이 아프도록 쥐돌이를 흔들어준 다음

아, 오늘 저녁은 문명의 이기를 무시하고 오랜만에 조용하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겠구나. 책이나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후 두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폭탄터트리기 게임을 했다.

-_-;;;;;;;;;;;;;;;;;;;;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이었다. 젠장. ㅠ.ㅠ

인터넷은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불능 상태였다.

쳇, 이 기회에 해지하고 새로 신청할까보다.



덧. 재미있는 게 평소라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발을 구르며 무지막지 짜증을 낼 텐데 – 빌어먹을 바빠 죽겠는데 인터넷이 안된다고!!!!! 이거 뭐하는 회사야!!! – 막상 정신없고 바쁠 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외려 화가 나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까짓거 회사에서 인터넷 되는데 뭐. 며칠 온라인 안 들어간다고 뭔 일 생기겠어?

오, 젠장, 방금 깨달았는데 사실 난 마인드컨트롤의 대가였어!! 서점에서 매달 소위 ‘화내지 않는 법’이라는 맨날 똑같은 책들을 사는 경영인이나 관리자들은 거기에 돈쓰지 말고 내게 와서 비법을 배워야 해!! 스트레스 안 받게 컨디션 조절하는 법! 분노 죽이는 법! 기계장치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독립하는 법!!!! 내가 다 대답해 줄 수 있어!!!!

………포기 해. 포기하면 편해. -_-;;;


어제 집에 가니…”에 대한 10개의 생각

  1. s.

    두시간 동안 휴대폰으로 폭탄 터트리기 게임을 한 순간 누나는 이미 루저! 깔깔깔 ㅠㅠ;;
    짜증이 어느 한계를 넘으면 포기하게 되긴 하더군요. 물론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풀어야 합니다’라고 말하지만요.

    응답
    1. Lukesky

      그거 왠지 하다보니 오기가 생기더라고. 한번 높은 점수가 나오면 그걸 깨기 위해 또 안간힘을 쓰게 된달까.
      의사들이 스트레스 받지 말라던가 풀어주세요라고 말할 때마다 웃겨. -_-;; 그거 과연 가능한 일이냔 말이다.

      응답
  2. 아프

    할일이 너무나도 많이 겹치면 ‘일이많아요, 시험에 교수님이 어쩌고’ 불평하면서 ‘나에겐 술이 필요해!’라는 생각조차 들지않고 그냥 일만 하게 되더라구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불평하는 것, 짜증내는건 그래도 아직 그럴 여유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_-;;

    응답
    1. Lukesky

      그런 데까지 쓸 정신적인 에너지가 없다는 뜻이겠지? 게다가 난 일이 많으면 일부러 텐션을 업시켜서 평소보다 더 에너지를 많이 끌어쓰는 편이라서 더욱 그러는 거 같아.

      응답
  3. 딘걸

    문명의 이기를 무시해서 폭탄 터트리기 게임을 새벽까지 한거구나 쿠하하하하하하하하

    응답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