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날마다 커피를 마시니 커피를 안 마시는 주말에는 가끔 두통에 걸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기로 작동하는 커피메이커는 지나친 사치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래저래 버티고 있던 찰나에 친척집에 갔다가 “이거다!”하는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튼튼해 보이는 사기 드리퍼였죠. 저는 왜 이제껏 커피숍에 가면 진열대에 놓여있는 그 녀석들을 보면서도 저걸 사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본 걸까요. 하지만 그 녀석들은 어딘가 가벼워보였던 반면, 이 칼리타 녀석은 첫눈에 반할 정도로 마음에 꼭 들더라고요. 여하튼 가격도 얼마 안하고 혼자 사는 인간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니 이번 달에 사려고 결정해둔 차에 어쩌다 어머니와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들어갔는데 말입니다….
커피 이야기를 하다가, 커피메이커 이야기를 하다가, 여과지 이야기를 하다가, 원두커피 이야기를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커피 그라인더를 지르고 있더군요. -_-;;; 48퍼센트 세일이라는 무서운 가격표가 붙어있긴 했지만 처음엔 친척 언니가 “어머나, 이거 사고 싶었는데 그럼 이 기회에”라는 핑계로 하나, 그 다음엔 제가 그 꼬임에 넘어가서 “그럼 저, 저도…” 하나, 그 다음엔 어머니가 “나도 신선하고 맛난 커피를 먹어보고 싶었으니 하나, 네 건 내가 사 주마” 하고 통 크게 말씀하셔서, 오오오오! 감사합니다, 어머니, 흑.
이번 기회에 깨달은 게 하나 있으니, 나이를 불문하고 여자들 셋이 모이면 무지막지 위험하다는 겁니다. 이거 수다를 떨다 보면 제동이 안 걸려요.
[#M_그리하여, 물건들이 도착했습니다.|less..|먼저 칼리타 102 드리퍼. 2~4인용이지만 실제로 머그 컵 하나에 딱 알맞은 용량입니다. 아래 컵은 제게 있는 녀석이어요. 척 보기에도 튼튼하니 듬직해서 좋습니다. 무게도 촉감도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라인더. 자그마하여 공간절약적인, 예쁘장한 녀석입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한 준비물
그라인더를 샀더니만 50그램의 원두가 딸려왔습니다. 반짝반짝 예쁘게 볶아졌더군요.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부터 구수한 커피 냄새가 진동을 했을 정도였죠.
시험삼아 커피콩을 몇 개 넣고 갈아보았습니다. 와, 커피를 괜히 ‘콩’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군요. 정말 콩 특유의 냄새가 나요.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들들들들 하는 촉감이 무척 좋습니다. 가루가 참 곱게 갈리더군요. 한데 서랍식이 아니라 커피를 꺼낼 때마다 그라인더를 분해해야 해서 상당히 불편해요. 으음, 디자인에 혹해서 그 생각을 못했어요, 쩝.
그리하여 커피를 내리는 모습. 아래 컵이 안 잡히네요. 처음인데다 밤이라 커피를 조금, 물을 많이 부었더니만 이건….커피 목욕시킨 물인가. -_-;;; 커피 자체는 실패작입니다만,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뭐 몇번 하다보면 양을 맞출 수 있겠죠.
으흐흐흐, 저도 이제 겨울밤에 뜨거운 원두커피를 마시는 사치를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냉동실에 있는 진과 더불어 유일한 사치품일 듯. 성질이 급한지라 홍차도 차가 제대로 우려나기 전에 에라 모르겠다 잎 팍팍 눌러 홀짝거리는 성격인데 이 녀석들 덕분에 커피는 준비과정을 거쳐 차분하게 마실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브랜디를 구해볼까…[먼산]
_M#]
몇 년 전 모 아가씨에게 줬던 것과 동일한 것이로군요. 저는 도무지 드립만은 못해먹겠어서 두 손 들어버렸지요;; (실험실에서 해먹고 있다가 교수님께 발각된 일화도 있었고, 재미는 있었습니다.)
일단 그라인더는 헤드의 볼트를 풀면 차례로 파츠가 빠져나올 텐데 톱니를 조정하는 것으로 갈리는 정도를 조절할 수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곱게 갈린다면 조절해주세요. 그리고, 겨우 돌려서 빼는 걸 ‘분해’라고 하신다면 분합니다. ㅠ_ㅠ 귀찮긴 하지만 양호한 거예요. 애초에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걸 찾으신 탓이니;;
언제 시간 내서 드립의 고수인 현승 형의 시연을 꼭 보세요.
덧. 브랜디 드려요? 홈 바에 굴러다니고 있는 게 있는데;;
드립은 생각보다 간편하던데? 물만 식혀서 붓기만 하면 되니. 아아, 그대가 말한대로 볼트를 다 풀어봤는데 톱니를 어케 조절하는지 몰라서 포기했어. 젠장, 설명서도 안 들어있더라고. ㅠ.ㅠ
현승군도 드립하는구나! 그러고보니 녀석이 타준 커피를 언제 마셔봤는지 까마득하다. 으음, 나중에 보여달래야지.
브랜디! 브랜디! 브랜디! 주면 나야 고맙지!
오호~
나도 우아하게 차를 마셔야지 하면서 잎사귀로 된 차를 샀었던 적이 있는 데, 한 2번 먹고 말게 되었던듯. 그대는 열심히 오래 오래 즐겨주어
겨울에 잎차는 그래도 꽤 마셨던 것 같아. 나름 운치가 있다오. 하지만 차가 오래되면…..흐으. ㅠ.ㅠ
저 드리퍼는 지금 쓰고 있어요. 제꺼는 검정색이에요. 튼튼하고 사기의 질감이 좋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이 포스팅 보니 그라인더도 지르고 싶네요.
ㅡㅡ;; 사실 드립커피용 주전자도 사고 싶어요~
와, 같은 물건을 쓰고 있군요! 전 갈색을 살까도 생각했다가 흰색이 얼룩 같은 게 묻으면 제일 잘 보일 거 같아서 얘로 골랐어요.
저도 드립커피용 주전자 사고 싶어요. 그, 그리고 원두 담아두는 통도요…점점 욕심만 늘어가는군요.
http://blog.naver.com/hong10694/90071132334
여길 보시면 중간에 매뉴얼이 나와요.
볼트 뽑고, 손잡이 뽑고, ‘ㄷ’모양 홀더 빼고, 톱니바퀴를 돌리는 방향에 따라 갈리는 정도가 바뀝니다. 적당히 맞춘 뒤 ‘ㄷ’모양 홀더 꼳고, 손잡이 꼽고, 볼트 끼우면 끝.
나사 부분이 원형이 아니라 깎인 형태라서 ‘ㄷ’모양 홀더와 손잡이는 꼳히는 방향이 정해져 있으니까 금방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
언제 브랜디 가지고 놀러갈까요? 현승 형네 집합도 좋은데…호호호
여기저기 만져보다가 드디어 해냈어. 감사감사. ^^
브랜디 좋아!!! 나 이번주 토욜에는 모임 갈 수 있는데, 흠 그러고보니 요즘엔 연락이 안 오네. 시간되면 울집에 와도 괜찮다우.
중딩때 그라인더…가 저런 모양은 아니었지만 있었지요; 드리퍼도….;; 몇달 지나서 귀찮아져서 그 다음부터 지금까지 맥심 커피믹스파. 흐하하;;;
난 커피믹스를 별로 안 좋아해서. ㅠ.ㅠ 속이 더부룩해져, 크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