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오라비네 집에 갔다가 빌려온 책.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인연이 없어서 못 읽었던 녀석이라 제목을 보자 얼씨구나 집어왔다.
생각 외로 책이 나온 지는 상당히 오래된지라[처음 발간된 것은 1998년] ‘문명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인종이 아니라 환경이다’라는 기본 전제는 이미 익숙한 이론이나 – 사실 상식적이라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 누구든 이해하기 쉽게 숫자를 나열하며 자세하게 풀어 썼다는 데 의의가 있다. 놀랍게도 ‘재미있다’는 것이 훌륭한 특징. 일단 집어들면 시간과 공간적인 흐름이 따라가기 쉽게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어 엄청나게 술술 읽힌다.
작가의 전공 및 경험과 맞물려 뉴기니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많으며 –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 쪽은 진화연구론자들에게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일 것 같긴 하다. 어린시절 읽던 과학책에서조차 ‘호주는 특이한 대륙’이라고 했을 정도니 – 극동아시아에 사는 나로서는 서구인의 ‘유라시아’ 개념을 인식할 때마다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실제로 ‘스푹스’를 볼 때에도 아랍계 요원을 ‘아시아계 청년’이라고 지칭할 때마다 위화감을 느꼈더랬다. 그러니 나 역시도 ‘중화적인(‘아시아’라는 개념에 있어)’ 사고방식에 물들어있는 셈이다.]
흥미롭게도 개정판에는 일본인의 기원에 대한 저자의 글이 실려있다. 나는 그 결론이 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글에서조차 저자가 적어 놓은 일본 학자들의 주장을 보니 일본이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자국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난리를 치고 있는지 알만하다. 나로서는 고대 한반도인의 일본 이주라는 사실을 부인해봤자 무슨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지금은 양쪽 모두 달라진 것을. [그건 그렇고, 일본에서 발견되었다는 고대 토기는 여전히 인정되고 있는 건가? 예전에 사기꾼으로 밝혀진 일본의 유명 고고학자와 연관성은 없나?]
오타가 자주 보인다는 것이 흠. 주로 조사에서 발견되는 걸로 보아 최종 교정을 서둘러 본 모양이다.
덧. 어째서 ‘총’은 ‘쇠’에 들어가지 않는 거지? 흠, ‘쇠’는 무기를 제외하고 순전히 도구만을 지칭하는 건가.
덧2. 그러고보니 동양의 오행 – 물, 나무, 불, 흙, 쇠 – 을 알았을 때도 이상했지. ‘쇠’는 ‘흙’에 포함되는 게 아닌 거야? 라면서. 흠.
“총, 균, 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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