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 집에 들르신 엄마와 함께 “해운대”를 보고 왔습니다. 안 보고 넘어가려고 했건만, 엄마가 보고싶다 하셔서 함께 나가서 저녁까지 먹고 왔어요.
 
뭐랄까, 그냥 스토리가 없는 영화군요. 그저 사람들이 파도에 휘말리는 걸 보여주고 감동을 주고 싶었을 뿐, 이라는 느낌? 아니, 상황이 상황이니 사람이 죽어 나가는 부분은 찡했지만 앞부분은 많이 지루했어요. 그래도 설경구 하지원 커플은 괜찮았습니다. 송재호 아저씨랑 그….설경구 엄마 배우 두 분은 정말 훌륭하시더군요. 하지만 소문대로 박중훈은….-_-;;; 그런 투로 설교하는 인간 진짜 짜증나죠. 게다가 자식새끼 자기가 키우지도 않으면서 여자들에게 뭐라 그러는 사내자식들이란.

부산 분들은 보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 같습니다.

2. 꽃게찜을 먹었습니다. 전 이제까지 꽃게찜은 말 그대로 꽃게를 그냥 찐 건 줄 알았어요. 킹크랩처럼요. 어라, 그런데 꽃게찜이란 아구찜같은 녀석이더군요. 난 이날 이때까지 나이를 뭘로 먹은 거지. -_-;;;

3. 콩쥐가 먹어요! 밥을!!!! 물도 마셔요!!!!!
…………….열흘만에. -_-;;;;;;;;;

물 조금 할짝거리고 건사료를 한 다섯 알 쯤 집어먹었을 뿐이지만
[왜 그 옆에 있는 닭고기 통조림을 놔두고!]
그래도 혼자서 먹는다는 게 어딥니까. 내일 붕대 풀면 좀 많이 먹으려나요.
오늘부터 아무리 배고프다 징징거려도 주사기로 먹을 거 주는 거 없다. -_-++++ 알아서 먹으렴.

4. 추석이 되면 한 닷새쯤 집을 비우는데, 콩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동물병원에 맡기면 애가 케이지 안에 갇혀 있어야 하고, 예전엔 맞은편 사촌오라비네 집에 맡기려고 했는데 그 집에 6개월도 안 된 강아지가 새로 살게 되었습니다. 한번 얼굴을 대면한 적이 있는데 그 얌전한 콩쥐가 진짜 ‘캬아악!!!’하고 발톱을 세우더라고요. 냥이를 키우는 아는 사람들 집을 떠올려봤는데 다 지방민들이라 추석 때 집에 없을 것 같고…끄응, 어느 쪽이 더 좋을까요. 세번째가 제일 좋을 테지만 그런 사람을 찾을 수가 없으니. ㅠ.ㅠ

근데 이 자식, 남의 집 가서도 닷새 내내 밥 안 먹는 거 아녀? ㅠ.ㅠ

5. 저기요, “삐뚤어지다” 말입니다. 혹시 “삐뚫어지다”가 맞는 표현입니까?
저는 이제까지 ‘삐뚤어지다’로 알고 살았는데 왜 모든 사람들이 다 후자로 쓰고 있는 거죠? 평소에 ‘안’과 ‘않’을 틀리게 쓰는 분들이 쓸 때는 그런갑다 싶었는데, 맞춤법에 대해 되게 신경쓰는 블로거들도 ‘삐뚫어지다’라고 너무 자연스럽게 쓰고 있어요. 심지어 지난번에 어떤 분은 ‘삐뚤어지다’가 틀렸다고 친절하게 첨언하기까지 하더군요.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겁니까? 아니죠? 국어사전엔 분명히 ‘삐뚤다’인데. 처음엔 저도 자신만만했는데 하도 주위에서 ‘삐뚫어지다’를 자주 보다 보니 저도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누가 확실히 좀 대답해주십쇼. 대체 왜 그렇게 다들 ㅎ을 쓸데 없는 데까지 넣길 좋아하는 건가요.

일요일”에 대한 20개의 생각

  1. Stonevirus

    콩쥐가 드디어 ^ㅅ^
    전 애들 밥이랑 물 잔뜩 놔두고 닷새쯤 집 비우는건 이제 익숙해서 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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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프

    ‘비뚤어지다’ 혹은 ‘삐뚤어지다’가 맞을텐데요. ‘삐뚫어지다’는 어디서 나온거죠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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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나한테 묻지마, 나한테. 요즘 급격히 그 전파 속도가 늘어나고 있어서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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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디오티마

    5. 삐뚤다 => 바르지 않게 기울거나 틀어지다, 인데
    “-뚫어지다”는 구멍이나 틈이 생기다, 이니 비뚫어지다는 국어에는 없는 말이라고 생각되네요.
    요즘도 병을 낳는 사람들이 많아서 미치겠어요.

    3,4. 콩쥐가 나아졌다니 다행입니다. 예민하고 입 짧은 게 천상 도도한 아가씨 같네요.ㅎㅎ
    기차표를 예매하셨으면 이동장에 넣어 데리고 가실 수도 있는데 본가의 가족들이 괜찮으실까요? 아니면 남의 집에 가서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루크님 집 근방에 사는 지인에게 열쇠를 맡기세요. 하루에 한 번 정도 들러서 밥과 물 챙겨주고 콩쥐 봐주는 게 예민한 녀석들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에요. 저희집은 하늘이가 좀 예민한 편이라 그렇게 부탁했었어요.

    저도 이제껏 꽃게찜은 꽃게를 쪄내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쿨럭~
    아마도 남도 음식이 아니라서 모르지 않았나라고 굳게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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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제가 틀린게 아니죠? 그쵸? 으, 하도 보다 보니 이젠 진짜 제가 헷갈려서…-_-;;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가 본가는 절대 안된다고 딱 잘라 말씀하셨다죠. 그런데 정말 닷새 내내 집을 비워놓고 밥줄 사람만 섭외해도 되나요? 외롭지 않을까요? 오, 그렇다면 친척 아이한테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혼자 있는 게 낯선 집 가있는 거보다 낫다면 그렇게 하려고요.
      그죠? 꽃게찜은 그냥 찜인 줄 알았는데, 콩나물이 그리 들어간 매콤한 음식일줄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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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디오티마

      모르는 집에서 모르는 사람이랑 있는 것보다 편한 집에서 혼자 노는 게 냥이들 습성에 더 맞대요. 특히 깔끔쟁이들은 화장실 바뀌고 이럼 더 스트레스 받기도 하구요. 하루에 딱 한 시간만 돌봐줄 사람이 있다면 좋은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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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멜렝

    1. 해운대 앞부분 진짜 재미없죠. 해일 몰려오고 나서부터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봤는데. 전반부는 진짜 지겨워서 쓰나미 빨리 오라고 염불을 외었어요. 그래도 전 공짜로 본 영화라 좀 후하게 봐 줬던 거 같아요. 제가 아는 부산 사람은 자기 동네가 초토화되는 걸 보고 슬퍼서 엉엉 울었다더군요^^;;

    5. ‘비뚤어지다’가 틀렸다고 덧붙이기까지…-_-; 그러고도 맞춤법 신경쓴다고 자부해도 되는 걸까요?;ㅁ;
    그러고 보니 사람들 정말 ㅎ 넣기 좋아하는 거 같네요. 낫다/낳다도 그렇고 둘러쌓다/둘러싸다 제대로 구분해 쓰는 사람 진짜 한 명도 못 봤어요. 아마 십년쯤 지나면 둘러싸다라는 말은 없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

    콩쥐가 밥을 먹기 시작했다니 다행이네요. 퍽퍽 먹고 얼른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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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1. 해운대는 기승전결이 없이 그냥 앞부분/ 뒷부분 뿐이었어요. 스토리가 아니라 장면장면만 연결해 놓은 느낌. 저도 ‘대체 쓰나미는 언제 와?’라면서 기다렸다죠. -_-;; 그런데 진짜 부산 분들이라면 그랬을 거 같습니다. 익숙한 곳들이 그렇게 파괴되는 모습을 보는 건 참 이상한 기분일 거예요.
      5. 왜 다들 ㅎ을 그리 편애하는 걸까요. 분석해보면 재미날 것 같지 않나요? 흐, ‘둘러쌓다’와 ‘둘러싸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유일하게 틀린 받아쓰기 문제였어요. 그래서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아 아직도 그 차이를 기억하고 있다죠.
      콩쥐는 오늘 실밥을 풀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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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PANG

    삐뚫어지다만큼 틀렸는데도 이상하게 겁나 많이 쓰이는 게 ‘겁이 나’라고 쓰고 ‘겁시 나’라고 읽는 경우죠.. 게다가 노래 가운데서 겁시 나~ 이러고 있음 대체 왜! 라고 절규하고 싶어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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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PANG

      써 놓고 지금 원래 ‘겁이’를 ‘겁시’라고 읽어야 하는데 쇤네 혼자 ‘거비’라고 읽는 건지 무서워졌습니다. 헷갈립니다.

      헷갈린다가 맞나요, 헛갈린다가 맞나요. 이것도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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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ukesky

      어라 ‘거비’라고 읽는 게 맞지 않나요? ‘겁시’는 왠지 사투리같은데…윽,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헷갈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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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나마리에

      헷갈리다, 헛갈리다. 둘 다 맞지 않나요?
      …고백하자면 몇 해 전만 해도 저는 헤깔린다고 썼던 여자. 털썩… 저는 초등학교 다시 가야할 것 같아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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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하율

      괜히 슬쩍 끼어들자면… < '겁시'라고 읽는 건 특정 지방 방언에서 나온 발음이 맞을 거고요-3-; 헛갈리다/헷갈리다는 둘 다 맞습니다아. 예전에는 두 단어가 의미의 범위가 조금 달랐다고 하는데, 지금은 동의관계로 굳어진 상태고요. 헛갈리다는 사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요. (...라고 국어학자님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말은 너무 어려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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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베렌

    집이 가까우면 울집에서 봐주고 싶은데 아쉽다ㅠㅠ 가끔 다른냥이랑 뛰노는 것도 함 보고 싶은데 헤헤~ 디오티마님 말씀처럼 탁묘보내는 것보다는 집에 계속 있을 수있다면 그렇게 하는게 스트레스 덜 받는다고 하더라고~ 식사랑 물/화장실 치워줄 사람이 올 수 있다면 그쪽이 낫지~

    근데 삐뚫어지다는 어떻게 발음해야하는거냐? 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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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러게. 왜 그대는 경기도민인게냐. ㅠ.ㅠ 나도 콩쥐가 다른 냥이들하고는 어떻게 지낼지 궁금한데, 흑. 으, 추석때까지는 꼭 콩쥐도 건강해지겠지? 집을 비우기가 너무 불안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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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하율

    추석 때 목~월 이런 식으로 집 비우셔요?
    제가 추석 때 안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거든요. (엄마랑 싸워서) 동생이 아직 집에 있으니 저희 집으로 데려가기는 힘들겠지만 하루 1시간 정도만 들러서 밥 챙겨주고 하는 건 일요일 하루만 빼고 가능할 거 같은데…
    어 음 그러면 차라리 친척분들이 나으려나요 (…..)

    콩쥐 실밥 잘 풀고 오길!!!

    그리고 삐뚤어지다 친절하게 첨언해주신 그분 좀 킹왕짱(-_-)이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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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엄마랑 싸워서 안 내려 가는 거냐. -_-;;; 그건 좀 비극적인데. 음, 나 일단 나중에 조카들한테 이야기해보고 걔네들이 안 되면 그대에게 부탁해도 될까? 아무래도 그 친구들은 집이 가까우니까 훨씬 손쉬울 거 같아서. ㅠ.ㅠ
      아아, 그래도 그분은 내가 지적하니 자기가 이제까지 잘못 알고 있었던 거냐면서 금방 고치시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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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딘걸

    해운대 앞부분 화나서 뛰쳐 나가고 싶었어. 그나마 쓰나미 닥치니까 다들 닦쳐줘서 다행이었다는 -_-;;;

    고양이 맡아 주고는 싶지만 울 집에서도 강아지를 키워가지고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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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앞부분 정말 ‘뭥미?’소리 나오더라. 게다가 너무 길었어. -_-;;;;
      후, 마음만이라도 고맙다네, 친구.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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