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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폭풍과 함께 급격히 몰아친 폭발의 여파는 그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리만큼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너른 들판에 깜부기불이 깜박거렸다. 아직 푸른기가 남은 황야 한복판에서 샘은 어른이 되었다. 혹은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시야가 트이고 나니 가려져 있던 것들이 한눈에 드러났다. 무성한 덤불은 바스라져도 단단한 가지는 껍질만이 그을릴 뿐, 시련은 뿌리 깊은 나무를 더욱 굳건하게 세운다. 샘은 무엇을 휘둘러도 결코 찍어 넘어뜨릴 수 없는 아버지와 마주쳤다. 강대한 적수. 뒤이어 서로를 넘어뜨리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그것은 각자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날카로운 몸부림이었다.
그 사이의 완충지대에 딘이 있었다. 샘은 조금씩 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비록 완벽하지는 못할망정 샘은 애정과 경멸을 벗겨낸 객관적인 눈으로 조금씩 형의 껍질을 파고들었다. 발톱을 세우고 깊이 휘갈겨 팔수록 그의 결심은 더더욱 확고해졌다. 그는 절대로 딘의 입장이 되지 않을 것이며 딘처럼 행동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의 모든 것을 부인할 수도 없었다. 그의 형은 온 몸으로 고스란히 치명적인 포화를 받아내면서도 여전히 형의 기치를 나부끼며 불을 덮어끄려 들었고, 그것이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비틀린 연민과 애증이 씻겨 나간 감정의 자리를 새로 채웠다. 샘은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동시에 반쯤은 체념한 심정으로 절실하게 내밀어진 그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때로는 도저히 내칠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리보아 샘은 분명 자라고 있었다. 포용해야 할 것과 튕겨내야 할 것과 흘려 보내야 할 것들을 구분함으로써. 샘은 새로이 발견한 자신의 능력에 미소지었다.
그는 승리를 꿈꾸었고, 완전하지는 못하나 판정승을 거두었다. 그는 떠나길 원했고, 그리하여 떠나는 편을 택했다. 그는 잊어버리고 싶었고, 그래서 잊어버렸다.
벗어나려고 하면 가족만큼 인간을 짓누르는 게 없는 것 같아. 더이상 짓눌리는 느낌 없이 돌아올 수 있으면 성장한 걸까?
짓눌리지 않고 돌아올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능력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