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Natural] 형제 II

딘은 우울했다.

그건 순전히 샘 때문이었다.

샘의 키가 하늘을 뚫고 승천할만큼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순식간에 딘의 가슴을 뛰어넘고 어깨를 넘어서 턱을 치고 올라와 코끝을 간질일 지경에 이르렀을 때, 딘은 네 살 아래 동생에게 형으로서의 권위의식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변화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촘촘히 박힌 철사처럼 까칠한 사춘기가 지나자 어린애처럼 칭얼거리던 동생의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샘은 수줍고 과묵하던 어린시절로 회귀했고, 전보다도 더욱 어두워졌으며 날이 선 나이프처럼 날카로워졌다.

딘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중에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가족들을 대하는 동생의 태도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샘이 자신을 우러러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형이란 그런 존재다. 늘 등을 보이며 서 있는 사람. 자신이 가야 할 앞길을 미리 닦아주는 사람. 그리고 물론 평생토록 영원히 성공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든 앞질러 가기 위해 한번쯤은 전력질주를 시도해보는 상대. 딘은 기꺼히 그러한 벽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업어 키우다시피 한 동생의 성장을 보며 대견해할 준비 또한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샘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샘은 딘을 무시하고 그 과녁을 곧장 아버지에게로 돌렸다. 반항은 일상이 되고 충돌은 습관이 되었다. 격앙된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거치는 숙소마다 덜렁거리는 문짝을 뒤로 하고 떠났다. 그러나 그와는 반비례하듯 딘을 대하는 샘의 태도는 나날이 심드렁해졌다. 미간을 찡그리고 입을 삐죽일 뿐 말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래 내가 졌다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기양양한 승자의 눈빛을 보낸다. 동생 주제에 마치 자기가 더 큰 어른이라는 듯이.   

딘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샘 윈체스터의 형으로서 헛된 세월을 보낸 게 아니었다. 딘은 어떻게 하면 동생의 스위치를 누를 수 있을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만큼 더욱 더 유치해질지어다.

딘이 단잠에 빠져 있는 샘의 머리카락을 땋고 분홍색 방울을 달았을 때, 샘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역사 교과서에 <플레이보이>지를 끼워 보냈을 때에는 진심으로 화를 냈다. 그리고 발바닥에 본드로 범벅된 운동화 깔창을 매달고 청바지 엉덩이에는 “키스해주세요!”라는 쪽지를 붙인 채 학교에 간 날, 집으로 돌아온 동생은 마침내 반격에 돌입했다.  

샘은 자고 있는 딘의 입술에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립스틱을 칠했다. 딘은 샘의 머리카락을 분홍색으로 염색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샘은 딘의 <버스티아시안뷰티> 잡지를 역시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게이 포르노 잡지로 바꿔놓았다. 딘은 샘의 티셔츠와 속옷에 샌드페이퍼 가루를 뿌렸다. 샘은 딘의 커피에 소금과 후추를 쏟아 붓는 것으로 응답했고 딘은 샘의 여자 동급생에게 온 전화를 받고 5분 간 수다를 떤 다음 의미심장하게 히죽거리는 얼굴로 동생에게 수화기를 넘겨주었다.

샘의 얼굴에 표정이 풍부해졌다. 잿빛으로 가라앉은 생활에 활력이 돌아왔다. 형제는 몸을 부딪치고 얼굴을 찡그리고 웃음을 터트리고 손가락질을 교환하고 서로의 얼굴에 음식을 내던지고 애정과 욕설이 흘러넘치는 시끌벅적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하루하루가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최소한 딘에게는.

장난이 격렬해지고 감정이 고조되면 마무리는 자연스레 몸싸움으로 귀결되었다. 생전 처음으로 딘은 샘의 몸집이 자신과 대등해졌다는 데 감사했다. 다 큰 형제는 팔을 투닥거리고 가슴을 맞대고 다리를 얽고 정강이를 걷어차고 허리를 껴안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어느날, 평소처럼 한참을 뒤치닥거리다 자신의 몸 밑에 깔려 버둥대는 샘에게서 묘한 열기를 느꼈을 때, 딘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사악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었다.
“새미, 너 정말 신체건강하체발랄하구나. 아드님이 빼꼼히 고개를 내미시네?”

샘의 얼굴이 악마를 보기라도 한 것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네가 벌써 이렇게 건전하게 자랐다니 이 형님은 감격스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다, 흑흑. 꼬마 새미가 이제 체육시간에 뒤엉켜 레슬링 하기가 두려운 몸이 되었다 이거지?”
딘이 우는 소리를 내며 한 손을 들어 눈물닦는 시늉을 하자, 그 틈을 포착한 샘이 어깨로 거칠게 딘을 밀어냈다. 방심한 딘이 버둥대며 뒤로 쓰러지는 순간, 샘이 번개같은 속도로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쾅 닫았다.

“야야. 부끄러워하기는. 네 나이 땐 원래 다 그런다고. 길가에 선 우체통만 봐도 붙들고 해보고 싶은 나이 아니냐. 이 형님도 다 겪어본 일이라 안다니깐?”

화장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딘은 쯧하고 혀를 찼다. 그로서는 동생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래 그 나이에 이른 사내자식들이란 작은 마찰에도 민감해지는 법이다. 살과 살이 부대끼는 체육시간이 끝나면 절반 이상의 동급생들이 어기적거리며 샤워실로 직행하곤 했다. 딘이 동생에게 이런 상태를 들켰다면 오히려 자신의 우월한 생식능력을 뽐내며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천상 계집애 같은 놈.”
딘이 침대 위에 드러누우며 중얼거렸다.

“머저리!”
갑자기 화장실 안에서 커다란 고함 소리가 맞받아쳤다.

한참 뒤 화장실에서 나온 샘은 딘의 얼굴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놀리기를 포기하고 달래보기로 전략을 바꾸었을 때에도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장난에도 도발에도 시비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얼마 안 가 식탁머리에서의 대화가 줄고 대부분의 신체 접촉이 사라졌다. 식구들을 둘러싼 공기가 추처럼 무겁게 가라앉고 일상은 다시 무기력해졌다.

딘은 우울했다.

그건 순전히 샘 때문이었다.
 

[SuPerNatural] 형제 II”에 대한 19개의 생각

  1. therrion

    악!!!!!!!!!!!! 이 멍청한 둔탱이둔탱이둔탱이!!! 그렇게 맹하게 굴다가 잡아먹힌다고~~~ ㅠㅠㅠ
    아..정말 이 어른흉내 내는 어린애에서 덜자란 이 횽아를 어쩌면 좋나요.아..가슴이..ㅠㅠ

    근데 루크님 개그센스가 날로 충만해 지시네요.보면서 웃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고 읽었습니다. 아 우체통이라니…끅끅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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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딘이 원래 특수고성능 안테나가 서 있는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둔탱이잖습니까. ^^*
      와하핫, 칭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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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비날개

    표현하나하나가 정말 멋집니다. 코끝을 간질일 정도로 커졌다는 새미라는 표현이라든가 촘촘히 박힌 철사처럼 까칠한 사춘기라는 표현…..ㅜ.ㅜ 확실히 딘희는 새미에 대한 책임감이나 보호하려는 마음같은 거는 하늘을 찌르지만…..다른 면들은 아직도 애 같아요. 새미는 그런 딘희가 우습게 보이는게 당연할지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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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첫째들이 뭐랄까, 원래 상당히 순진한 면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딘은 첫째의 몫은 물론 샘 대신 ‘화목한 가정 만들기’라는 원래 막내들이 해야할 임무까지 맡고 있는걸요. ㅜ.ㅜ 그래도 속내로 따지면 샘은 딘을 못 따라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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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infu lips

    샘은 초딩 딘한테 정곡을 콕 찔린거냐 ㅋㅋㅋㅋ 글고 테리온님 말씀대로 그대 대사발의 개그 센스 대단해!! 푸하하하

    허긴 나도 동생이 나보다 몸이 커지니까 위화감 같은 게 생겼었는데, 뭐 나야 성별이 다르니까 금새 잊혀지더만. 딘은 위화감 들만도 하지. 키만 커진 것도 아니고, 샘은 아빠한테 계속 개기고 공부까지 잘 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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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저런 바보 초딩한테 딱 걸렸으니 얼마나 더 억울할까! 으하하하하하핫!!!! 근데 정말 저런 위화감이 딘이 일부러 허세를 부려가며 형 노릇을 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야. 샘 같은 녀석이 동생이 아니었다면 딘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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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소심늘보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딘은 우울해 하고 샘은 심란해 하고 이 귀여운 형제들 같으니!!! 섬세한 샘을 이해하기에 딘은 너무 마초고, 언제든 동생이 뛰어넘어야 할 벽이 될 준비를 끝낸 남자다운 형을 받아들이기에 샘은 너무 소녀죠.

    둘의 귀여운 투닥거림과 성향의 차이로 맞은 파경을 보며 한참을 끅끅거렸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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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저 둘이 서로 엇갈리는 화살표가 슬프다 못해 웃기지 않나요? 딘은 정말 잘해보려고 하는데 하필 동생이 샘이었던게죠. 푸핫. 저 요즘 딘은 너무 초딩이고 샘은 너무 소녀로 만드는 것 같아 두려워요. ㅠ.ㅠ 이러다 어느 세월에 형을 덮치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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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나마리에

    아. 이거 너무 좋다!!!!! >.< 첨은 진지하게 읽다가 '~유치해질지어다' 부터 그냥 아주~~ 이런 형제들 너무 좋당!!!!!!!!!새미도 딘도 왜 이렇게 귀여워? 흑 새미야 힘내라~ 빨리 더 커서 형 덮치렴. ㅋㅋㅋ 지금 드라마 본방이 너무 헐트로 치닫고 있어서 젤 아쉬운 거라면 이거지 이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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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러게. 사실 앞부분도 저렇게 진지하게 갈 생각이 아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이모양 이꼴이 되어 있더라고. 내가 그렇지 뭐. -_-;; 아아, 정말 개그는, 개그는 어디 간 게지. 원래 이 형제의 본질은 바보개그였건만!!!!
      조금 있으면 이제 새미도 제대로 자라서 형을 빈정대게 될 거라오! ^^ 덮치는 건 그 뒤지![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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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오오오오오오! 이런 훌륭한 일이!!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전 우티는 그런 사이트가 있다는 것만 알고 체크 따위는 안하거든요. 아악, 하지만 해외배송은 안 되는 거겠죠?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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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ukesky

    아니 그런데 어째서 딘이 ‘머리를 땋을 줄 안다’는 점에 대해 아무도 놀라는 분이 안 계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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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nfu lips

      웬지 딘이라면 땋을 수 있을 거 같았어 ㅋㅋㅋ 게다가 파달이가 촬영장에서 머리 묶고 돌아다니던 사진이 떠오르면서 웬지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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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비날개

      저도 딘희는 당연히 머리 땋을 줄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요?! ㅋㅋ 딘희한테 새미는 기집애잖아요.크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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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사과주스

    풉….샘군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먼저 전합니다. 자고로 먼저 반한쪽이 지는거라나요. 질풍노도 시기를 힘겹게 보내야 했던 샘이 악마군 대장의 자질을 지니게된건 어쩌면 자연스러울지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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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으히힛, 먼저 반한 쪽이 지는 건 진리죠. 샘의 질풍노도는 격렬했을 거 같아요. 도대체 사방에 자기 편이 없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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