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프로스트 대 닉슨”

1. “왓치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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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보고 돌아왔습니다. 음, 일단 영화는 그럭저럭 평균점입니다. 한데 이거 참 애매하군요.

원작을 읽은 사람으로서 – 광팬은 아닙니다만, 여하튼 –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에만 치우쳐서 그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중에서 1편 반지원정대가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것은 시각적인 부분을 넘어 그 아우라를 되살려냈기 때문이에요. 스토리 자체가 비현실적인지라 긴박감이 떨어집니다. 미국 역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상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아예 로어셰크의 독백대로 그 어둡고 절망적인, 환상적이면서도 치졸한 분위기라도 살렸어야죠. 이건 무슨 숙제하듯이 일단 스토리와 비주얼부터라니. -_-;;;

영화 내내 뜬금없이 이어지는 음악들도 그래요. ㅠ.ㅠ 아니, 하나씩 뜯어보면 다 좋은 음악들이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곡들인데 나오는 시점들이 다들 너무 황당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_-;;; 영화가 끝나고 같이 보러간 녀석에게 “저 음악감독 누구야! 잘라버려!”라고 말했더니만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이게 다 하나의 거대한 조크가 아닐까요.”

감독이 그토록 심오한 생각을 갖추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오히려 정말 이 모든 걸 “부조리한 조크”로 받아들인다면 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뭔가 생기다가 만 분위기라든가, 간혹 등장하는 뜬금없는 장면이라든가, 지나치게 원작에 충실한 부분이라든가. 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버하는 곳이라든가.

제길, 여기까지 오면 정말 바닥이지 말입니다. -_-;;;;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가장 첫 부분은 정말로 좋더구만요.
월터의 비주얼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오지맨디어스 역의 배우는 어디선가 본 듯 한데 기억이 안나네요. 그런데 이 사람도 보랏빛 양복입니까, 크핫.
원작과 달리 바뀐 부분도 마음에 들어요. 이건 상당히 괜찮은 각색이라고 생각합니다. OST는 사 줄 생각이에요. ^^*

덧. 개인적으로 제 성격상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닥터 맨해튼에게 동조한다는 겁니다. -_-;; 너무 비인간적이에요, 쳇.  
덧2. 제프리 딘 모건 아저씨, 생각보다 멋진 코미디언을 보여주셨습니다. 솔직히 “왓치맨”의 배우들에게는 모두 불평을 하기가 힘드네요. 다들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줬거든요.  

2. “프로스트 vs 닉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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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을 때 못보면 내려갈 것 같아서 연속으로 뛰어가서 봤습니다. [전 아카데미 시즌이 끔찍해요. 엄청난 영화들이 1주일 간격으로 미친듯이 쏟아진단 말입니다.]

소품에 가까운 조용한 영화입니다. 다 필요없고 닉슨 역할의 프랭크 랑겔라 씨 찬양입니다. 그 구부정한 목에 치사해 보이는 입술의 경련까지. 커헉. 프로스트 역의 마이클 쉰도 괜찮긴 한데,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이 아저씨 “더 퀸”에서 토니 블레어 했던 사람이에요.]

사실 영화 제목이 잘못되었습니다. 프로스트는 영화 내내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거든요. 언론인 대 전직 부패 대통령의 대결 따위는 기대 안하시고 가는 게 좋습니다. 대단한 인물이 평범함 앞에서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느냐에 더 가까운 듯 보여요. 프로스트를 이보다 더 강조할 길도 많았을 것 같은데 굳이 이 길을 택했다는 건….”정말로 저게 사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나라 상황과 겹쳐 보여서 영 마음이 우울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라면 ‘수사’까지 가지도 않았을 테고, 사임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걸요. 흐.

그러고보니, “왓치맨”에서도 닉슨이 나올 때마다 그 과장된 바보취급에 웃겨 죽을 뻔했는데, 그 다음 영화는 무시할 수 없는 진짜 닉슨을 보여주더군요, 후.

덧. 절정 부분에서 “어 퓨 굿맨”을 잠시 연상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케빈 베이컨씨 거기도 나오시는군요. 음, 그러고보니 JFK에서도 꽤 중요한 역을 맡으셨죠. -_-;;
덧2. 그 여자는 대체 왜 나왔나요? -_-;; 닉슨의 지저분한 부분을 슬쩍 보여주기 위해서??

“왓치맨”, “프로스트 대 닉슨””에 대한 15개의 생각

    1. Lukesky

      으하하하하핫, 정말이지 닉슨 코가 나올 때마다 전 은행강도들이 애용하는 가면이 생각나서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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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프

    1. 저는 왓치맨을 두 시간짜리 영화에 구겨넣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라..자잘한 부분을 택하느냐 일단 메인스토리로 가느냐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테고 그러다보니 후자가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냥 뭐, 할 수 있는 내에서는 애썼다는 느낌? 그래도 로어쉐크의 가면이라던가 비주얼은 잘 살렸다고 칭찬해줘야겠죠.
    그리고 노래들 모아놓은 OST에 99 luft balloons이 빠졌어요! 이 노래 좋아하는데. -_ㅠ
    2. 앗. 그렇군요. 프로스트 아저씨..웃는 모습이 너무 익숙하다 싶었더니 ‘더 퀸’의 토니 블레어였군요. 그 여자가 나온 이유는 “정말로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쨋거나 인터뷰 내내 프로스트를 지지해줬던 사람 중 한 명이니까. (..닉슨 측 사람들이 많다보니 숫자라도 맞추려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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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확실히 무리긴 하지. 게다가 과거가 모조리 회상이니 -_-;; 비주얼은 좋았어. 단지 그 놈의 과한 연출 좀…-_-;; 내가 왜 “300”을 싫어하는데, 쩝. 아니, 이럴수가, 어째서!!! OST에 다 넣으면 숫자도 딱 맞겠더구만!!!!!
      아, 정말로 그 여자는 숫자맞추기일지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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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비날개

    제프리 딘 모건 아저씨가 나오기도 하고 워낙 저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해서 예고편 보고 ‘꼭 보자!’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요거요거 평이 그리 후하지 않더라구요. 어떤 분은 보다 잠들었다는 분도 있고.^^; 그치만 뭐 휴 잭맨 오빠한테 콩깍지가 씌여서 반헬싱도 재미있게 봤었던 저인지라….무리없이 보고 올 수 있을 듯 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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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냥 영화 자체로만 보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비주얼 화려한 액션 영화인데다 캐릭터들 보는 맛도 쏠쏠하고. ^^* 음, 물론 이쪽 계열에 조금은 익숙하거나 관심이 있어야 할테지만요. 왓치맨을 보다가 자다니, 그분 상당히 강하시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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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곤도르의딸

    원작을 모르다보니, 서두에 오프닝 형식으로 미국사와 연계된 왓치맨의 역사를 후르륵 보여주던 부분이 따라잡기 어렵더라구요. 물론 영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사를 다시 반복해준 덕에 이해할 수 있긴 했지만요. 무게 잡고 시작한 앞 부분과 막마지 히어로 액션물이 된 뒷부분의 분위기가 다른 것도 좀.. 흐흐. 영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크 아니냐는 친구분의 말씀에 공감갑니다. 전 로어셰크가 귀엽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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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앞부분은 정말 꽤 분위기잡고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그런데 그건 정말 어쩔 수 없었을 거 같아요. 일단 스토리가 뒤로 가면 좀 평범해지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스토리부터 따라잡느라 고심했으니.
      로어셰크 귀여웠죠. 전 사실 책을 읽으면서는 그 친구 정체 밝혀졌을 때 깜짝 놀랐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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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inful lips

    원작을 안 봐서 그런가, 영화 괜찮았는데…음악도 좋았어, ‘할렐루야’ 빼고. ㅋㅋ 좀 많이 잔인해서 놀라긴 했음. 근데 포털들 평점이랑 일간지 리뷰는 엉망이더라.

    다음에 원작 빌려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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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할렐루야….=_-;;; 정말 머리를 쳐 박고 울고 싶었다는. 아니 웃어야 했나. 대체 그 장면에서 할렐루야…….-_-;;;; 음악감독 목을 붙잡고 좔좔좔 흔들고 싶었지.

      응, 원작이야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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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과주스

    저는 그냥 로어쉐크만 집중해서 보고왔습니다. 제일 눈이 많이 가더라구요. 그리고 좀 궁상맞아보여서 많이 안쓰러워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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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궁상맞죠. ㅠ.ㅠ 사실 닥터 맨해튼만 빼면 다들 육체적 훈련만 조금 받은 평범한 인간들이니까요. 특히 로어셰크는…..많이 궁상맞죠. 다른 애츨처럼 돈이 많거나 뻔뻔하거나 얼굴이 잘나지도 않았으니. 그런데 또 그 점이 매력적인 인물이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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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충격

    음악은 명백하게 의도된 거라고 보네요.
    안 그러면 할렐루야가 절대 나올 수가 없어요;
    (↑할렐루야가 좋아서 실실 쪼개다 온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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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의도된게 맞다면 그나마 다행이지요, 흑.
      전 할렐루야 첨에 나올 때, 순간 “어라….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해버렸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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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메이J

    아니 뭐 너무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서 할렐루야때도 그냥 실소. 사운드오브사일런스부터 잉이거뭐야…이랬으니까요.

    저는 보면서 계속 아아아아아아아아 나의(…는 아닌데) 패트릭이 저리되다니 저리되다니 저리되다니 저리되다니 이러면서 보았습니다. 원래 측은지심을 자극시키는 얼굴이기는 하는데 참 이렇게 효과적으로 써먹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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