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감사한 친구의 간택을 받아
“레이첼, 결혼하다”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시놉시스는 간단합니다.
약물중독으로 재활원에 들어갔던 킴은 언니 레이첼의 결혼을 맞이해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후 리허설 준비기간에서부터 결혼식, 피로연에 이르기까지의 며칠 동안 과거의 사건과 가족간의 골과 애정과 화해가 그려지지요.
영화는 시종일관 극중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비디오 카메라의 시선으로, 다시 말해 홈비디오처럼 진행됩니다. 화면은 흔들리고, 가끔 카메라 앞에 사람의 머리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장면전환이 극심한 곳도 있습니다. 카메라가 안정적일 때는 킴이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뿐이죠.
아주 아릿한 영화였습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남성분들은 재미를 못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로 작은 딸과 어머니, 큰 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다 두시간 내내 결혼식 준비 과정을 보여주거든요. 초반에는 대체 이 두 자매가 사이가 좋은 건지 아니면 나쁜 건지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면, 그리고 자매를 둔 여성이라면 – 특히 언니 –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겁니다. 고백하자면 저 꽤 울었다고요.
형제와 자매는 많이 다릅니다. 남자들은 절친한 친구를 가리켜 형제와도 같은 사이라고 부르곤 하죠. 하지만 여자들은 – 적어도 제 생각에는 –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고 해도 자매와 같은 관계라고 하지 않습니다. 친구는 친구고, 자매는 자매예요. 남자들의 형제애나 여성들의 우정을 폄하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그 두 관계가 다른 범주에 속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어쩌면 그건 여자들이 대개 남자들보다 가족들과 훨씬 끈끈한 관게를 맺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군요.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있긴 하지만 이 영화가 가족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극중에서도 이야기되지만 가족이라는 관계는 “나 이제부터 사과할 거야”라는 식으로 해결되지 않거든요. 하지 않은 말들이 있고 할 수 없는 말들이 있습니다. 서로 묻어두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시 만나죠.
좋은 영화였어요. 하지만 언니와 함께 보러가는 건 좀 부끄러울지도. -_-;;;
영화를 보는 내내 앤 헤서웨이의 캐릭터가 어딘가 익숙하다고 했더니만 나중에서야 깨달았습니다. 한참 잘나가던 시절의 위노나 라이더 같아요. 분위기라든가, 외모라든가. 하지만 성격은 많이 다릅니다. 소위 위노나의 반항아적 캐릭터가 어딘가 현학적이고 꾸밈새가 있었다면 킴은 좀 더 솔직하고 부드럽고 따스합니다. 그리고 좀 더 측은하죠. 이건 시대의 변화일까요.
덧. 영화가 OST를 사라고 종용합니다.
덧2.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가족적인 화합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참 다양하게 집어넣어두었더군요. -_-;;;
덧3. ….미국에서는 결혼식에 초대받으면 마음껏 휴가를 쓸 수 있는 걸까요. -_-;;
자매를 두지 않은 덕에 감정 이입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여자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감독은 서글서글하게 생긴 아저씨네요;; 양들의 침묵을 감독한..음; 하여간, 갑자기 생각났는데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는 휴가를 쓰는게 좀 자유로운 것 같아요. 휴가도 조금 더 많고. 직장에 따라 다르겠지만..한국에 일주일 정도 오는 것도 겨우 빡빡하게 주말 껴서 휴가를 쓸 정도로 무지 바쁜 저희 사촌 오빠가 친구 결혼 때 들러리를 서면서 총각파티?로 친구들과 놀러가면서는 휴가를 쓰더라고요. -.-;;
….역시, 결혼식 때는 딴 생각 안하고 휴가내고 흥청망청 노는 건가. -_-;;;;
좋았다니 흐뭇하네 ^^
OST 국내 발매 계획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오. 그나저나 애니 양은 노래도 잘 하더만. 아카데미 시상식 때 휴 오빠랑 같이 노래하는 거 보고, 의외로 잘 해서 놀랐어.
아니, 영화가 OST를 강요할 뿐, 내가 살 것 같지는 않아. ^^*
그러게, 나도 그 영상 조금 봤는데 목소리가 또랑또랑하니 아주 잘 하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