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이 이적도서라는 답글을 보니 생각난 겁니다만, 고등학교 때 글짓기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주제 중 하나가 당시 ‘통일’이었는데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남한과 북한이 통일된 10년 후를 소설 형식으로 그렸었지요.
당연히 흡수통일도 아니고, 전쟁도 치르지 않았으며 10년이 지난 후까지도 아직도 대통령이 여전히 두 명이고, 일종의 연합 형태를 이루면서 모든 제도를 하나씩 통합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그런 통일국가였습니다. [그래서 양쪽 대통령 암살 시도도 있었다는…..쿨럭]
순수하게, 고등학생의 머리 속에서 나올 수 있을 정도의 가장 이상적인 통일 형태였습니다.
………대학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한 형태가 바로 북한이 주장하는 통일 방식이며 소위 연방제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역시 전 천재였던 겁니다!![아니, 그게 아냐!!!!!!!!]
흠흠, 말하자면 저도 순수하게 안기부에 끌려갈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 북한과 동일한 형태의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니까요. 것도 사전에 아무런 정보나 조직과의 접촉 없이 십대 때부터 말이죠. -_-;;;;;; [연방제 지지 사실을 제가 공개적으로 발표하면 그건 이적 행위에 해당합니다.]
그 ‘이적 행위’라든가 ‘이적도서’라든가 하는 것들이 얼마나 부당하고 한심한 기준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국보법을 폐지하면 안된다고 망발은 해대는 인간들은 ‘간첩도, 매국노도 잡을 수 없어!!!’라고들 말씀하시는데, 그러면 저도 간첩입니까요? -_-;;;; 간첩이나 매국노를 처벌할 법률은 당연히 민간인을 데려다 족치는 법률과 달라야 합니다. [사자를 잡을 때는 쥐그물을 쓰지 말고 사자 그물을 쓰라는 이야깁니다.] 어차피 더 이상 사용되지도 적용되지도 않아 사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뭐하러 건드리냐고 말씀하시는 머저리들은, 평소에 경제가 어쩌구저쩌고 하시면서도 쓸모없는 거라면 나중에 쓸데없는 데 악용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차라리 지금 가져다 버리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바람직하다는 간단한 상식도 지니고 있지 않으신 놈들인가 봅니다. [정치인들한테 상식을 요구하는 내가 바보일지도…-_-a]
공개적으로 선언하건대, 저희 집에는 이적 도서가 무척 많습니다.
아, 폭력이나 연쇄살인 충동을 불러 일으켰을지 모를 만화책도 무지막지 많군요. ^^*
역시, 죄지으면 곤란하겠어요…^^
[헉, 그러고 보니 동인지도!!!! 쿨럭]
덧. 체 게바라 평전, 이거 아메리카의 전반적 정치 상황을 알지 않으면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겠군요. 읽히기야 쉽게 읽히는데, 역시 배경적 지식이 있어야..인간의 사상을 이해할 수있겠어요.
덧2. 체 전에 빅 슬립을 읽었더니 머릿속에서 필립 말로우가 모자를 눌러쓰고 담배를 질겅거리는 모습이 계속 어른거려서 죽을 지경입니다.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예전에 한겨레에서 이적도서 50권인가 목록을 보여줬었는데 저도 7권인가 갖고 있더라고요, 황당했어요.
더 황당한 건 그 책들 대부분이 오프라인, 온라인 서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데다가, <자유로부터의 도피>같은 건 논술 추천 도서이기도 하며, 제가 그 책을 산 이유는 교수가 중간고사 대신 감상문을 리포트로 대체하라 해서;;;;;
그리고 왜 막스 베버의 저작이 이적도서인지 더더욱 이해 불가;;; 차라리 파울즈의 <컬렉터>가 더 이적도서에 가까울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