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내게는 나쁜 버릇이 있다.

어떤 사람이 실망스러운 짓을 저질렀을 때,
나는 그를 탓하기보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라고 치부한다.
누군가가 존경스럽고 훌륭한 짓을 했을 때도
나는 인간이란 원래 그런 거라고 또한 안도한다.
그래서 나는 인류를 증오하고 경멸하며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을 인류 전체만큼
사랑하거나, 증오하거나, 경멸하지는 않는다.
그는 원래 그렇게 변할만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왜냐하면 원래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을 죽이든, 무엇을 살리든 어쨌든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모순된 귀납법과 연역법은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 매듭일 것이다.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나는 허구를 좇는 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개인을 만든 인류라는 허상을 좇고
인류를 만든 개인이라는 실체에 쫓긴다.

그러므로 나는, 실제로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며
실제로는 아무도 증오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두 환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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